최규호변호사의 법조이야기(27)-법원과 검찰의 분위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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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변호사의 법조이야기(27)-법원과 검찰의 분위기 차이
  • 법률저널
  • 승인 2008.08.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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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법원과 검찰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일단 소속이 검찰은 법무부 소속 외청이다. 결국 검찰청에 있기는 하지만 법무부 산하 기관일 뿐이고, 법무부는 행정부 소속이다. 따라서 검찰은 사법기관적 성격을 갖기 이전에 행정부적 성격을 갖는다. 행정부의 성격을 가장 특징적으로 말한다면 조직문화? 복지부동? 안전제일주의? 줄? 권위주의? 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부정적인 면 외에도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행정부에 대해 내가 갖는 생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검찰청도 그래서 일단 행정부의 단점들을 고스란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검사가 돼서 나쁜 놈들을 모조리 잡아넣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나중에 좌절할 것이다. 잡범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 놈들은 그렇게 잡아넣을 수가 없다. 검사는 사건처리에 있어 부장, 차장, 검사장의 결재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높은, 센 놈이라면 윗선으로부터 청탁을 넣을 것이고, 청탁인지 압력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것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을 자꾸 벌이다가는 튀는, 콘트롤하기 어려운 놈이라는 낙인이 찍혀 조직 내에서 견제 당하고 승진이나 인사에 있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검찰청의 대부분의 특징은 행정부의 일반 기관과 비슷한 점에서 연유된다. 따라서 검찰을 법원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다른 문화권, 다른 차원의 세계를 비교하는 것이라 너무 거리가 먼 비교이기도 하다. 대법원 소속 기관과 행정부 소속 기관의 비교이니 말이다.


2. 법원의 분위기
일단 법원은 분위기가 매우 부드럽다. 앞서 간략하게 말한 적이 있는데, 판사들 자체가 일단 유순하고 온화한 성품이 많고, 학자적이고 조요한 성격의 법조인들이 많이 지원한다. 열혈적인 사람은 판사 생활이 체질에 안맞아 검찰로 가야 한다. 또 조용한 사람은 검사가 안맞아 나중에 판사로 바꾸기도 한다. 판사들의 업무는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재량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많지 않다. 위의 상급심이 층층이 있어 만약 잘못된 법령을 적용하면 양쪽 검사나 변호사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 상소해서 상급심의 판사들이 다시 검토를 할 것이며, 그럴 경우 실수가 드러나게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것 때문에 판사들은, 그리고 직원들도 법령 적용이나 기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매우 애를 쓴다. 다른 기관이나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서가 되도 법관이, 혹은 법원이 실수하는 것은 뉴스 감이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이런 것을 잘 아는 법관과 직원들은 정확한 적용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른 것들은 솔직히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마치 회사로 치면 회계 담당처럼.

 

3. 검찰의 재량
반면에 검찰은 재량의 여지가 많다. 어떤 죄인이 붙들려 왔을 때 이 사람을 풀어주어도 그만이고 또 정식재판 청구해도 그만이고 벌금형으로 구약식기소해도 그만이다. 죄인의 구체적인 사정은 검사가 가장 잘 아는 것이고, 나름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검찰 시보할 때 대학생들이 당구장에서 고스톱을 치며 돈내기를 하다가 걸려온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런 경우 잘 잡히지는 않고 어떻게 해서 이 학생들이 잡혀왔는지는 모르지만, 판돈이 몇 만원 정도 수준이었다. 판에 몇 만원이 뒹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눈 딱감고 벌금 30만원을 할 수도 있고 기소유예를 할 수도 있다. 위 사건에서 담당검사는 최대한의 선처를 하여 반성문을 다 받고 그냥 훈방을 했던 것 같다. 기소유예도 사실 기록에 남으므로 큰 불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검사의 처분은 다른 사람의 엄격한 감시를 받지 않는다. 또한 검사의 거의 완전에 가까운 재량인지라, 검사가 재량을 남용할 경우 제재 수단이 헌법소원 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 같으면 바로 변호사나 검사가 이의제기를 하고, 상소를 하여 상급심으로 가서 현미경으로 조사하듯이 그 처분에 대해 심사를 한다. 그러니 법원은 늘 실수하지 않으려고, 관례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검찰이 실수나 관례를 지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이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검찰도 실수하지 않도록, 관례를 지키려고 매우 노력한다.)


4. 법원 직원들의 분위기
법원은 판사들의 성격도 그렇지만 일반 직원들도 역시 온화한 편이다. 선비 같다고 할까, 먹물쟁이 같다고 할까. 암튼 법원 직원들은 일단 젠틀한 분위기가 강하다. 이에 반해 검찰은 늘 범죄자들을 앞에 앉혀놓고 자백을 이끌어내야 하므로 강단이 있어야 하고 깡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 와일드한 분위기가 생긴다. 법원은 대학교와 같다고 생각하면 거의 맞을 것이다.

 

법원에서도 형사재판을 하면 구속피고인들이 줄줄이 묶여 들어온다. 하지만 이들을 다루는 것은 기본적으로 검찰청과 교도관들이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거의 정리가 다 된 사건을 마무리 정도만 하면 된다. 그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고 증거를 찾는 대부분의 작업은 경찰과 검찰이 하므로, 법원은 악역을 맡을 일이 없다.


5. 직원들의 얼굴 변화
법원과 검찰의 분위기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얼굴이다. 검찰에서 5-10년 정도 직원으로 근무를 하면 얼굴에 각이 살아난다. 인물이 좋아지고 잘생겨진다. 누구나 그렇다. 원래 가진 얼굴보다 훨씬 근사한(남자답고 근엄해 보이는 멋있는) 얼굴로 바뀐다. 법원은 그런 일이 없다. 오래 근무해도 그냥 일반 직원처럼 늙어갈 뿐이다. 검찰 직원 얼굴이 멋있어지는 것은 일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은 피의자를 신문하는 일이다. 늘 앞에는 피의자가 앉아있고, 피의자는 벌금형을 받을 것인지, 집행유예가 나올 것인지, 구속이 될 것인지 등에 대해 불안해하고, 그에 대한 결정권은 대부분 검사가 갖고 있다. 죄를 얼마나 추궁해서 더 깊게 수사를 들어올지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마디로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고, 그러한 조사를 검사실에서는 계장들이 많이 처리한다. 그러다보니 피의자는 앞에 있는 계장한테도 저승사자의 실무자 대하듯이 깍듯하게 할 수 밖에 없다. 배째라식 생각이 아니면 검사실에서는 무조건 공손하게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늘 자기 앞에서 고개 숙이고 극도로 공손한 사람을 대하다보니 자연스레 얼굴에 권위가 서게 되고 스트레스 없이 얼굴이 피는 것이다. 한 번 검찰청 앞에 가서 출퇴근 시간에 얼굴을 살펴보라. 그리고 법원 앞에서도. 얼굴만 보면 이 사람이 검찰청 근무하는지, 법원 근무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충주에서 시보할 때 충주지청과 충주지원에 근무하는 충주고등학교(내가 졸업한 학교다)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식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런 사실을 알았다. 지청과 지원의 선후배들이 정말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얼굴이 그렇다는 것은 행동도 그렇다는 것이다. 검찰 직원들은 가오(?), 무게, 근엄한 분위기를 잡는 경향이 있다. 또 그래야 앞에 있는 피의자를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규호 변호사 공학박사, 법무법인 세광 http://cafe.daum.net/pass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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