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집단소송 전문 류영욱 미국변호사 “대기업만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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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단소송 전문 류영욱 미국변호사 “대기업만 상대한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12.27 15:3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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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前뉴욕주 상원의원 법률연구원 역임
미국법·판례 재미있게 풀어쓴 ‘이야기 미국법’ 저자
“미국변호사 진로 정했으면 뚝심 있게 한우물 파길”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골리앗과 한판 대결 벌이는 한인 변호사’라는 표현으로 미 현지 언론에 소개되는 인물이 있다.

덩치 큰 골리앗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물맷돌을 던지는, 쉽지 않은 법정 다툼을 겁도 없이 벌이는 류영욱 미국변호사.

호전적인 반골 기질 탓에 누구도 쉽게 상대하려 들지 않는 대기업을 상대로 무작정 판을 벌이나 싶은 의구심도 드는 것이 사실.

하지만 법정에선 분명한 논리와 치밀한 화술로 예리한 날을 세우다가도, 사석에선 상대를 말로 내리누르기보다 공감과 동조로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넉넉한 분위기를 가진 그였다.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시간 주립대에 편입해 조기졸업한 류영욱 변호사는 2000년에 LSAT을 보고 2001년 페이스 UNIV. 로스쿨에 입학, 2004년에 졸업했다.

뉴욕바 시험을 시작으로 뉴저지, 워싱턴 DC,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을 획득, 뉴저지 연방법원 및 국제무역재판소,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연방변호사 자격까지 획득한 그는 그저 “운이 따라줬을 뿐”이라고 말한다.

국제법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힐러리 클린턴 前 뉴욕주 상원의원의 법률연구원(Legal Fellow)으로서 석면보상기금 법안, 국토방위법, 이민개혁법안 및 NATIVE AMERICAN 지위개선법안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미국 로스쿨을 준비하던 당시는 인터넷에서 정보도 찾기 어려웠고 주변에 같은 진로를 생각하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당시 내게 로스쿨에 관한 여러 정보가 주어졌다면, 나의 로스쿨 생활이나 졸업 후의 생활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로스쿨 진학 및 미국법에 대한 칼럼을 지난 2009년부터 법률저널에 연재하기도 했었다.

그의 칼럼은 미국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자들 뿐 아니라 미국법을 알기 원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급기야 지난 2013년에는 그 내용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이야기 미국법』, 류영욱, 책과나무)

특유의 말솜씨로 어려운 미국법과 판례를 쉽고 흥미있게 풀어냈던 그가, 재치 넘치는 답변으로 법률저널 독자들에게 근황과 현재 진행중인 소송, 독자들에 대한 격려 등을 전해왔다.
 

 

- 오랜 기간 법률저널 통해 미국법에 대해 재밌고 상세한 말씀 나눠주셨는데요. 그 때도 뜨거운 반응이었지만 지금도 궁금해 하시는 독자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어떤 나날 보내고 계신지 근황을 알려주시겠어요

오랜만입니다. 법률저널에 연재하면서 원고마감일 때문에 끙끙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저는 제 분수에 맞게 대기업들을 고소하고 대기업측 변호사들과 욕하고 다투면서 사건들을 진행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 연재하셨던 칼럼들을 모아 지난 2013년 말에는 ‘이야기 미국법’이라는 명저를 내놓으셨어요. 어렵고 무거운 미국법을 알기 쉽게 풀어내셔서 지금까지도 호평이 자자합니다.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한다는 개략적 의도를 집필과정 소개와 함께 말씀해 주신다면.

명저라는 말씀은 과분합니다만, 매달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 제 책이 시중에서 라면 냄비받침으로 판매하는 상품보다 혹시 더 싼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제 개인 블로그를 통해 활발하게 질문하는 학생들이 아직도 많은데요. 대부분 높은 수준의 질문들이라 대답할 재주가 없어 바쁜 척 하며 답변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웃음)

제 책은 일단 미국 변호사를 지망하는 분들이 미국법의 개괄적 내용을 쉬운 예를 통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독자분들로부터 선호를 받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갓 졸업한 대학생부터 미국에서 실제 활동하시는 변호사 분들까지 이 책을 보시고 여러 의견과 질문을 보내주시는데요. 쉬운 부분은 쉽게, 어려운 부분은 한 발 더 들어가려 노력했던 과정을 인정해주시는 듯 합니다.

- 미국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가장 큰 계기는 ‘이대로 백수로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동기를 부여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대학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학생운동에 기웃거리다 학점을 다 망치고 결국 인생도 더불어 망쳐버릴 위기에 처했었는데요. 99년 당시 어려운 형편이심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서 유학자금을 선뜻 내주시어 미국으로 온 것이 한 번 더 기회를 갖게 된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그 때 이야기를 하시며 큰 돈을 내주신 일을 땅을 치고 후회하시더군요.(웃음)

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에서 일하면서 ‘엔터테인먼트쪽 법률 일을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미국 연예인들과 친해지고 싶다’라는 다소 저급한(?) 욕망을 품은 데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 로스쿨에 진학해서는 그런 생각과 달리 공공부문으로 진로가 틀어지기도 했었습니다.

- 로스쿨이 출범함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국제 무대, 특히 미국 변호사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요. 변호사님 보시기에 국제 무대에서 한국 변호사로서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또 학생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어떤 점에 유념하며 대비를 해야 할까요?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청년실업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으로서 국제무대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것이 국내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것보다 업무적으로 크게 편하거나 쉬운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험상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끈기가 있고 집중력이 좋기 때문에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나 생각합니다. 상투적인 표현밖에 쓸 수 없어 죄송합니다만, 기회는 항상 찾아오기 마련이므로 평소에 잘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노동법과 집단소송법 전문가신데요, 직접 하신 소송 중 기억에 남는 사례를 한가지씩 소개해 주신다면.

노동법과 집단소송법이 별개로 분리되기보다 노동법 관련 소송이 집단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에 남는 노동법 관련 개인 사례로는 몬테소리 학원에서 17년간 뼈빠지게 일하셨던 한 아주머니 케이스인데요. 굳이 맡아서는 안 될, 금전적으로 보상받기 힘든 것이 뻔한 사안이었는데 그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혹은 소영웅주의 때문이었는지 그 케이스를 덥썩 맡았습니다. 2년 가량의 소송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 일하는 다른 변호사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죠. 결국은 17,000달러 정도 선이었나 그 쯤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는데 아주머니가 제 손을 잡고 하도 펑펑 울어서 저까지 약간 눈물을 흘릴 뻔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집단소송은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케이스들은 모두 기억에 남지요. 암을 고쳐주는 기적의 후코이단, 3개 모델 이외에는 중금속 니켈 문제가 없다고 하는 코웨이, 허위과장광고로 회원을 모은 듀오 등. 이런 사건들은 대기업들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소비자를 우롱한 경우들입니다. 이런 재벌과 결탁해 재벌의 배를 불려주는 데만 일조하는 한국의 국회, 금감위, 공정위의 솜방망이식 처벌이 미국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처벌을 받고 최대한 많은 배상금을 물도록 해 본때를 보여줄 겁니다.

- 주로 힘 없는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을 대리해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을 하고 계신데요. 의미있는 역할을 하시는만큼 심리적 부담이나 난관도 만만찮을 것 같아요. 대기업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들과 맞서 싸우는 노하우랄까, 변호사님만의 특별한 전략이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의미있는 역할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 외엔 딱히 배운 것도 없고 잘 하는 것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웃음) 물론 대기업을 상대로 하면 보험회사가 고용한 대규모 로펌들과 상대해야 하므로 더 힘이 듭니다. 특히 이 분들이 잘난 체를 하고 거만한 경향이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조금 더 받기도 해요. 하지만 저도 이제는 한 성질 하는 걸로 그쪽 바닥에 소문이 자자하다고들 말하더군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설 법률적 장치가 미비된 국가에서 소비자나 노동자의 권익을 그 본인들이 스스로 확보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의료사고도 마찬가지의 경우겠고요. 변호사가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법적, 제도적 장치에 따른 소송을 제기해 약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주는 것은 민주국가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히 대단한 결심을 하면서 소송에 임하는 건 아니예요. 물론 제가 둔하다는 점도 대기업 상대 소송을 많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겠지요.

- 한국 상황도 잘 알고 계시는데요, 한국과 미국의 소송현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비점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서면을 통한 정보교환(written discovery)이나 증언청취(deposition)가 없다는 점 같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의 기본 중에 기본인데요. 한국의 법시스템은 이런 과정 없이 어떻게 재판까지 가는가 의아하게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 민사소송에선 정당한 사유를 가졌다면 천문학적 손해배상액이 선고되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바른 법질서 확립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지요. 어린 아이가 학교 앞 횡단보도를 신호에 맞춰 건너가다가 위험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의 책임이 20% 인정되므로 2,500만원만 배상해라” 따위의 비상식적 결론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국제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들의 역할이 점차 중대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 등 법조계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같은 사람이 하는 일을 똑똑한 여러분이 못하겠습니까? 이 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확실히 결정을 하시고 쭉 한 우물을 파셔야 합니다. 물론 돈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고 돈이 안 받쳐준다면 미리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묘한 것이 일단 밀어붙이면 이 정도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든 해결이 잘 될 가능성도 많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힘내시기 바랍니다.

인터뷰·사진 김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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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호 2017-02-12 13:45:35
자랑스럽소 형님

님좀짱인듯 2017-01-02 17:09:13
사회적 약자 중심에서 삶의 보람을 찾으시려는 모습이
특히, 요즘같은 시국에 더 큰 여운을 주는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시는 변호사님의 소신을
응원합니다

굿굿 2017-01-02 16:49:10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신 변호사님 멋지십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법조인이 많아져야 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변치 않고 끝까지 힘내 주시길 바랍니다!

좋타 2017-01-02 16:41:08
변호사님의 겸손하지만 당찬 기백을 엿볼 수 있네요. 외모에서도 호탕한 기운이 절로 느껴집니다. 2017년도 화이팅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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