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70) - 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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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70) - 회장 선거
  • 신종범
  • 승인 2017.01.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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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딸 아이의 회장 임기가 끝나간다. 우리 어릴 적에는 반장이라고 했고, 반장은 선생님이 임명했는데, 요즘은 회장이라고 하고, 반 친구들의 투표로 선출한다.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에는 전화하는 일이 없던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지 놀라서 전화를 받으니 반 회장에 선출되었단다. 그날 저녁식사를 하는 식탁에서 아이는 무용담 이야기 하듯 자랑스럽게 회장이 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다른 회장 후보들은 미리 준비를 해 와서 스스로 지원했는데 자기는 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친구들이 추천해서 후보가 되었고, 비교적 큰 표차로 이겼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우쭐거림이 최고조에 달했다. 기를 좀 눌러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빠는 초등학교 때 반장 여러번 했다”고 하니 “아빠는 선생님이 시켜서 한 거고, 나는 친구들이 뽑아준 거잖아”라며 차이가 난단다. 필자가 한 반장은 민주적 정당성에서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기를 좀 누르려다 기만 살려주고 말았다. 그 이후 아이는 가끔씩 학교에서 회장으로 하는 일 등을 이야기 해 주곤 했다. 학교 임원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며 평소 보다 일찍 현관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는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으로 올라가면 아이의 회장 역할도 끝이 난다. 최근에야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회장 선거할 때 친구들에게 회장이 되면 어떤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냐고 했더니 아이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평화롭고 서로 도와주는 즐거운 학급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한다. 아이에게 그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킨 것 같은지 물으니 대답을 머뭇거렸다. 만약, 지금 회장 선거를 해도 친구들이 다시 뽑아줄 것 같냐고 하니 더욱 말이 없이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한 학기 동안 회장으로 한 역할에 대하여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물어 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변호사협회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막바지에 와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선거는 이미 끝났고, 절대 다수의 회원이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선거도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선거는 ‘사시존치’ 여부라는 뜨거운 쟁점을 가지고 4명의 후보자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지난 선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2명의 후보자가 나와 별다른 쟁점없이 조용히 끝났다. 앞으로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를 이끌 김현 변호사는 변호사 필수변론주의 도입, 성공보수 합법화, 청년변호사 일자리 창출, 준법지원인 확대강화, 공기관 법무담당관 제도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놓고 당선되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3명의 후보자가 나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보다 오히려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역시 ‘사시 존치’ 여부를 두고 입장이 명확히 갈렸던 지난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들 모두 화합을 강조하며 변호사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직역수호와 일자리 창출 및 회원들의 복지를 위해 나름대로의 공약을 밝히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공약한 사항만 이행된다면 우리 변호사들의 삶의 질이 보다 향상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선거 운동 기간 중 보이는 열정을 보면 당선된 협회장은 공약한 사항을 반드시 이행할 것만 같다. 2년 전 선거 때도 그랬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들이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투표소에 가 투표를 했고, 우리와 같은 회원들의 투표로 지금 협회장이 선출되었다. 협회장은 나름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였을 것이고, 그런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회장의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그가 약속했던 공약이 무엇이었고, 공약은 어느 정도 실현되었으며, 실현되지 못한 공약은 왜 그랬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공약과 실천의지를 인정받아 협회장으로 선택받았다면 그 실천여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회원들의 기대와 성원을 받고 선출된 협회장이 약속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였다면 더 큰 박수를 보내 주고, 그렇지 못했다면 냉철한 꾸지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협회장으로서 보다 책임 있게 협회를 운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협회장의 공약 이행에 대한 평가를 위하여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약사항을 평가한 후 이를 회원들에게 공지하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번에 선출된 협회장은 임기를 마칠 즈음 공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하였다는 평가와 함께 회원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딸 아이의 방학이 끝나면 내준 숙제를 확인해 볼 생각이다. 한 학기 동안 회장으로서 임기를 마무리하는 우리 아이가 회장으로 뽑아준 친구들에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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