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세탁의 시대,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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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세탁의 시대,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 오시영
  • 승인 2017.01.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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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7년 1월, 대한민국은 “세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어 온 과거의 나쁜 습벽들이 국민들로부터 강력하게 청산을 요구받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세탁의 정의를 믿는다. 빨고 빨면 깨끗해질 것이라는 세탁의 정의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빤들 걸레가 행주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탁의 정의를 믿어야 하면서도 세탁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또한 믿어야 한다. 역사의 톱니바퀴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계바늘톱니 돌 듯 역사 또한 맞추어진 틀에 따라 움직이지만 거기에도 역시 예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 맞춰 놓은 시계가 빠르게 가기도 하고 늦게 가기도 하듯 톱니의 맞물림 역시 마모와 파손, 피곤과 곤비 속에서 상호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

박영수 특검팀이 강단지게 신청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19일 새벽 4시 53분경에 기각되었다. 특검이 적시한 범죄사실에 대해 조희연 영장담당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영장기각사유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한 지 18시간의 장고 끝에 내려진 결론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국민들은,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게 제공한 수많은 재산상 이득제공은 최순실을 보고 준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준 것이므로, 이런 범죄가 뇌물죄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숨을 내쉬겠지만 철저한 법리적 검토에 들어가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지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혜의 상대방이 최순실인가 아니면 박근혜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서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연결짓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을 시키게 되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한 지위에 놓이게 되어 “무기의 불평등” 상황이 되므로 이러한 불평등은 부당하다며 법원은 구속영장에 대해 기각시킨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뇌물죄에 있어 무죄이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시켰다기보다는 공갈죄의 피해자는 아닌지 다퉈볼 여지가 있으므로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다퉈보라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특검의 조급함이 크게 한 몫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자금지원행위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두 공범에 대한 직접 뇌물죄”로 “직접 정범”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 했다. 이렇게 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수뢰죄의 직접 몸통이 되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수뢰죄의 직접 정범이므로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는 법리의 전개를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것은 수사단계에서 지나치게 짜맞추기식 의도가 엿보이는 무리한 행위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의 최순실에 대한 자금지원행위를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제삼자뇌물제공죄”로 의율해도 충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뇌물수뢰죄의 정범으로 확정짓고자, 즉 “더 심각한 범죄”로 인식시키고자 한 과욕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사태로 전개되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들이 이재용 부회장 또는 삼성이 자발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즉 협박과 공갈에 의한 비자발적 편취를 당한 것이라는 변명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다.

형법 제129조(뇌물수ㆍ증뢰죄)는 공무원이 뇌물을 수뢰(수수, 요구, 약속)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민간인 때 수뢰한 후 공무원이 된 경우(사전수뢰죄)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두 경우는 모두 공무원의 직무에 대해 부정청탁 여부를 따지지 않고 수뢰사실만 있으면 처벌한다). 반면에 형법 제130조는 제삼자뇌물제공의 경우에 대해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요구, 약속)한 경우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즉 뇌물수ㆍ증뢰죄와 제삼자뇌물제공죄의 차이점은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였는지 여부이다. 나아가 형법 제131조는 수뢰 후 부정처사 또는 사후수뢰를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바(1년 이하의 유기징역은 5년 이하의 징역보다 더 무거운 범죄이다, 왜냐하면 최하 1년 이상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년 징역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5년 이하징역형은 최하 1개월 징역형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운 형이 된다) 이 경우에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행위를 하여야 한다.

반대로 형법 제133조는 뇌물을 제공한 자에 대해 위 두 범죄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제공행위에 대해 제삼자뇌물제공죄로 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는 사실을 추가로 증명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번 영장 기각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뇌물죄와 관련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정범죄가중법) 제2조는 뇌물죄와 관련하여 형법 제129조와 제130조의 범죄와 관련하여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뇌물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의 수뢰액수(430억 정도로 알려져 있다)에 뇌물죄가 적용된다면 그 형량은 최소 10년 이상 또는 무기의 징역형과 벌금 860억 원 내지 2,150억 원 범위 내의 벌금형이 병과될 수 있는 범죄라고 하겠다.

형법 제350조는 공갈죄의 경우 공갈로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 및 제삼자로 하여금 동일한 결과를 유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는 형법 제350조의 공갈죄의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과 관련된 최순실에 대한 43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제공행위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뇌물수뢰죄(제3자뇌물제공죄)가 성립한다면 특정범죄가중법에 의하면 10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공갈죄가 성립한다면 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형벌이 부과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뇌물증뢰죄의 경우에는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게 되겠지만, 공갈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라면 피해자이므로 형사처벌이 면제된다고 하겠다.

조의연 영장담당 부장판사의 영장기각 사유가 이재용 부회장의 최순실에 대한 이득 제공행위가 완전히 무죄가 된다는 취지라기보다는 뇌물죄인지 공갈죄 피해자인지 다투어 볼 여지가 많이 있으므로(그 부분에서 특검은 증명책임을 다 하지 못한 수사미진이 있다고 하겠다), 불구속상태에서 다투어 보라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한 것이므로, 이재용 부회장이 당연히 무죄라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특검으로서는 이에 대한 증명보완을 통해 다시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적용 법조를 제삼자뇌물제공죄로 바꾸어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2월초로 예정되어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통해 추가증거가 더 확보되거나 보강수사를 통해 증거가 보완된다면 영장재청구도 가능할 것이지만, 특검이 그러한 무리한 수를 계속할지는 의문이다.

특검의 항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나머지 재벌기업들에 대한 뇌물죄 제공 여부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하니, 그러한 과정에서 공통분모의 증거들이 도출되어 뇌물죄의 성립 여부가 더 확실하게 결론내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직권남용죄 등의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나게 된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관련하여 앞서 살펴본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제공으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뇌물죄 공동정범 성립 여부보다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여부가 더 “중대한 탄핵사유”가 된다. 왜냐하면 앞의 것은 형법 위반이라는 법률위반의 문제인 것에 비해, 뒤의 것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관한 헌법 위반이라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물론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지만, 가장 상위법인 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한 잘못이 더 크기 때문에 탄핵심판사유로서는 더 중대한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제공보다 더 심각한 탄핵심판사유가 된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즉 뇌물죄 여부는 개인적 비리이지만, 세월호 참사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것은 헌법적 책무를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헌법 제69조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통령 취임 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선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으로서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억압한 것은 심각한 헌법유린행위를 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심판절차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피소추인(박근혜 대통령)측 변호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권주의를 적용하여 증거채택을 서둘러 결정하고 있다. 언젠가 한 번 본란을 통해 설명한 바 있지만, 증거인정절차는 “① 증거능력이 있는 ② 증거방법을 채택하여 ③ 증거조사를 하여 ④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⑤ 증거자료 중 신빙할 만한 자료를 증거원인으로 채택”하여 그 증거원인에 의해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③단계의 증거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②단계의 증거방법이 채택되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가 재판정에 출석하지 아니한 안봉근 비서관 등 상당수의 검찰 수사자료(참고인진술조서 등)를 증거방법으로 채택하는 직권주의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②증거방법이 확보되었으므로 ③의 증거조사는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판단하면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증거가 확보되었으므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 여부도 서두르면 2월에도 이루어질 수 있는 기초가 확보되어 있다고 하겠다.

2017년 1월 현재, 대한민국은 세탁의 시대이다. 세탁의 시대에 수많은 정치꾼들이 자신을 “세탁소 주인이나 세탁기”임을 자칭하고 있다. 세탁되어져야 할 걸레 수준의 사람들이 자신을 행주인 양 손수건인 양 설쳐대고들 있다. 이번만은 모든 국민이 스스로 깨어나 걸레인지, 행주인지, 손수건인지 구별하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 교언영색에 비누가루나 세탁용 액체를 얼굴에 바르고 가면극을 펼치는 더러운 세탁물들을 걸러내야 한다. 수없이 말했지만, 세상에는 멀쩡한 악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걸레도 쓰다 쓰다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버리게 된다. 버려져야 할 걸레 수준의 악인들이 세탁을 통해 자신을 행주라고 우기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탄핵의 시대, 세탁의 시대에 맑은 정신과 향기를 지닌 이들을 찾아야 한다. 과거의 행적을 보면 미래의 사람을 예측할 수 있다. 때묻은 인간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 그나마 빨아 쓸 만한 수건 같은 사람을 찾아보자.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제발 속지들 말자, 바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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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2017-01-27 16:59:27
좋은 법률적 고찰이군요.
너무 길어서 욧점을 정리하기가 시간이 걸리는데 하나씩 살펴보고 싶군요.
첫번째 눈에 띄는 비법률적 소견에 대해한한마디 하고 싶군요.
"걸레는 빨아도 행주가 되지 않는다"
행주가 어떤 물체적 형태를 가져야 된다라고 하는 기본적 설정을 두고 이와같은주장을 한다면 언듯 이해가 될듯하지만 행주가 어떤 형태의 물체적 조건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서 부정적 주장도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열심히 빨아서 세균이 완전하게 제거 되기만 한다면 그건 얼마든지 행주로도 씨일수 있고 나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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