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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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69)
  • 박준연
  • 승인 2017.02.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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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의 고통, 로스쿨의 즐거움

뉴욕에서의 로스쿨 생활을 돌이켜보면 떠오르는 장면은 역시 로스쿨 도서관이다. 수업을 마치고 평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밤 11시 반까지 여는 로스쿨 도서관 1층에서 공부를 했다. 도서관의 창문 밖으로는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풍경, 오가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곳에서 로스쿨을 다니면서 외롭지는 않았지만 어떨 때는 그래서 더더욱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밤 11시반이 되면 지하 2층의 새벽 두 시까지 여는 열람실 구역으로 이동을 했다. 아는 얼굴도 있었지만 다들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느낌이라 잡담을 나눌 여유는 서로 없었다. 계획한 대로 진도가 잘 나가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하는 것 없이 시간만 보낸다는 느낌이 드는 날도 있었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날도 되도록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려고 했다.

두 시가 가까워지면, 길을 건너면 바로 맞은편 건물인 기숙사로 돌아갔다. 3년동안 생활한 기숙사 직원들은 공부가 얼마나 힘드냐고 언제나 따뜻한 말을 건네주어서, 짧게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서 그 늦은 시간에도 반짝이는 뉴욕 미드타운의 빌딩을 보고는 다음날을 위해 잠을 청했다.

그 전에도 이런저런 시험공부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이 힘든 것은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하는 회의가 들어서였다. 내가 이렇게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공부로 보내고 있는데, 내 공부 방법은 과연 맞는 걸까.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공부만 진득하게 해서는 안 되고, 졸업 후의 진로 문제를 생각하는 동시에 공부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단체, 공익 변론, 저널 활동 등을 활발하게 하는 동기들을 보면 그것 역시 욕심이 난다. 저글링을 하는 기분으로 제한된 시간을 이 세 분야에 배분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훈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훈련은 참 힘겨웠다.

로스쿨 3년이 그렇게 고통스러웠으면 어떻게 참고 다녔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2학년 가을학기 몇 개월은 공부와 취업과 새로 시작한 저널 활동의 저글링에 지쳐서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학교 근처의 미네타 레인의 좁은 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역시 뉴욕에서 버티는 것은 아무나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로스쿨 생활 하면 떠오르는 장면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어쨌든 졸업까지 버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저글링의 세 공에서 조금씩 느껴지는 변화였다. 로스쿨 공부는 힘들지만 100%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읽어도 읽어도 모르는 부분은 아주 가끔이지만 소소한 깨우침이 공부의 돌파구가 되었다.

수많은 인터뷰와 서류 지원을 거친 후, 꼬박 두 시간의 콜백 인터뷰도 부족했는지 같은 회사에서 또 한 번 꼬박 두 시간의 콜백 인터뷰를 거쳐 여름 프로그램 오퍼도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지원 시기가 늦어서 인터뷰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나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자리가 없었던 차에, 우연치 않게 로스쿨 동기가 뉴욕이 아닌 워싱턴 디씨에서 여름 프로그램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리가 하나 생겨서였다고 한다.

로스쿨 저널 에디터 활동도, 단조로운 확인 작업이 많았지만, 처음 만나는 선배 에디터가 내 이름을 묻더니 네가 확인한 것은 틀림이 없다는 칭찬을 해준 것은 3학년때도 저널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3학년때는 저널 게재를 위해 송부된 논문 원고를 검토하고 다른 동기 에디터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저널 게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일을 했다.

로스쿨의 고통과 즐거움의 균형이 절묘하여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적성, 노력, 그에 못지않은 운을 포함하여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는 개개인의 선택이기도 하다. 로스쿨 봄 학기가 시작된 긴장감도 어느 정도 느슨해지고 그만큼 피로가 쌓이기 쉬운 이 시기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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