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고시생·공시생 “우리도 유권자다” 왜?
상태바
뿔난 고시생·공시생 “우리도 유권자다” 왜?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7.02.24 20:23
  • 댓글 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공정사회=공채유지” 선언
2월 28일 정오경 노량진 공시촌서 출범식 예정...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헬조선, 돈도 실력이야, 니 부모를 원망해, 학자금 대출, 집밥 먹고 싶다, 컵밥거리 지겹다, 엄마보고 싶다, 꼭 합격할거야, 아프니까 청춘이다, 열정페이, 이러려고 공부했나, 경찰채용비리, … ” 등 고시생(각종 고시준비생),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의 푸념과 그리고 불만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위 ‘꿈꾸는 자들의 섬’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공시촌에 나붙은 사법시험/행정고시/교원임용고시/경찰공무원 채용시험/7,9급 공무원 공채/대학입시 등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의 대자보 내용들이다.

이들은 “수험생도 유권자다”라고 가히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이 오는 28일 노량진 공시촌에 모인단다.

이들은 왜 이렇게 분노하며 무엇을 갈망하는 것일까? 특히 왜 이 시점에.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20대 대통령 조기 선거가 예상되면서 대선 후보들에게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 “그래서 빽없고 스펙없어도 노력하나만으로도 누구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대선 예비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공약들과 연관이 있어서다. 특히 공정사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중 사법시험, 5급공채 존폐 여부, 경찰채용시험 비리 의혹 등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
 

▲ 24일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명의로 신림동 고시촌에 나붙은 대자보 / 이성진 기자

■ 사시·행시 존폐에 이어 경찰 채용비리 의혹까지...

2017년 12월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두고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10여년간 꾸준한 논란이 돼 왔다.

2013년 사법시험과 유사한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재논의라는 국회 합의결정조차 실행되지 않았고 로스쿨 제도의 고학력, 고비용 시스템은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불러왔다. 국회에서도 사시존치 법안이 꾸준하게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고 현재 3개의 존치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지만 논의자체가 요원한 상태다.

‘행시 폐지’ 논란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된 더미래연구소가 지난 1월 19일 ‘대통령선거 핵심 어젠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공무원 채용 개혁안에서 촉발됐다. 이 날 더미래연구소는 5급 공채(행정고시)를 폐지하고 7급 공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수험생들은 5급 특채확대를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 자격을 갖춘 직원을 교사로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가 교사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들이 크게 반발하자 법안을 철회한 바 있다.

경찰채용에서도 불공정 시비가 수험생들을 분노케 했다. 국정농단의혹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의 순경 공채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는 지난 1월에도 고시촌 일대에 대자보를 통해 "공정사회=공채제도" 유지를 주장했다. / 이성진 기자

■ 정치권, 공정사회 부르짖지만 ‘애매모호’ 분노 부추겨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6일 노량진 공무원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사법시험을 비롯해 5급 공채(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수험생의 의견에 대해 그는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다시 국가정책을 뒤집어 사법시험으로 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명확한 의견 표명을 피했다.

다만 “같이 공무원을 시작해서 승진해 장관까지 가면 좋을 텐데 어떤 공무원은 9급에서 시작하고 어떤 공무원은 하위직 경험 없이 곧바로 간부가 된다”며 고시제도 전반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경찰시험 제도에 대해서도 “어떤 분은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경찰대를 졸업하면 곧바로 간부가 되는 게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몇 년간 시험에 매달리는 분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친노 후보의 한 축을 이루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또한 사법시험 존치에 부정적인 입장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보수측 대선 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지난해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로스쿨 제도가 도입 당시 논란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도입됐고 사법시험 제도를 병행할 경우 로스쿨 제도가 비정상화할 우려가 있다”며 “현 로스쿨의 문제점들은 보완해 나가면 될 일”이라며 사시존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수험생들은 공정사회와 기회균등을 위해 사법시험 및 행정고시 존치, 각종 공무원시험 공채제도 유지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정치권은 눈치만 보고 있다는 불만이다.
 

▲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가 꿈꾸는 공정사회가 이런 모습일까... 2008년 8월 어느 날 새벽 2시. 고시촌 소재 한 학원 입구에 수험생들이 새벽 특강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책가방 등 소지품으로 순번표를 대신하고 있다. 이날 새벽 6시특강은 형법 1차대비 특강이었다. 지금도 이같은 모습은 현재진행형이다. / 법률저널 자료사진(이성진 기자)

■ 수험생연대 “대한민국의 공정과 기회의 수맥 찾겠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더는 안된다”며 전국수험생네트워크를 결성, 공정사회 살리기 실천 운동을 기약했다.

이들은 지난 1월 고시촌 일대에 ‘수험생도 유권자다!’라는 전단지와 대자보 등을 통해 “청년, 청소년 수험생의 권익을 보호하고 주권자로서 정의, 공정, 균등의 가치를 정책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정책의 입안, 집행, 시험 일정 공고에서 시험 운영, 면접과 심사, 사정과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에 감시자로 참여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특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지키고, 교육공무직법 철회, 경찰공무원 채용 비리 척결 등 현안에 수험생들의 입장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는 선거로 말하고 유권자는 표로 말한다”며 “희망이 메말라가는 대한민국의 공정과 기회의 수맥을 찾겠다”면서 수험생들의 동참 호소와 향후 활동방향을 예고했다.

오는 28일 노량진 공시촌에서 열기로 한 ‘수험생유권자연대’ 출범식 및 유권자 선언 행사로 이어진 셈이다.

“괜찮다고 말하지 말 것”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번 행사를 위한 대자보(▼아래 전문)는 분노와 희망, 애잔함, 그리고 연대를 촉구하는 글로 채워졌다.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대자보와 나란히 붙은 고시촌 소재 한 학원의 헌법 강좌 광고글이 이채롭다. / 이성진 기자

한편 고시촌에도 어수선한 정국을 희화한 광고물도 등장, 수험생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헌법 1조). 파괴된 법치주의! 우리의 분노는 공부로 승화시킵시다. OOO법학원이 여러분을 반드시 PASS 시키겠습니다!”(신림동 고시촌 모 학원 5급헌법 광고전단물 중 일부 발췌)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대자보 전문]

명절에 고개를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니, 명절에 집에 가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편히 누워 잠들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집밥을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점차 연락이 끊긴다.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누가 걸으라고 강요하지 않은 길을 혼자 걸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맨손으로 미래를 쟁취하고 싶었다. 책과 씨름하고, 고독과 씨름하고, 그리운 부모님, 친구들, 익숙했던 모든 것들과 결별하고 자신과 싸우는 날이 계속됐다. 그것이 공동체를 위해 보다 큰 책임을 지려고 하는 천형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오늘, 세상은 이제 그런 땀에는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세상은 항상 너희들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은밀한 질투와 진심어린 격려. 아마도 앞으로 너희들의 것이 될 환호와 찬사를 약속하기도 했을 것이다. 너희는 선거 때마다 고시식당을 찾은 정치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컵밥을 먹고, 손을 잡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너희들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고, 너희는 괜찮다고 말했다.

안다, 안 괜찮은 것.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비좁은 책상에 인격을 자르고 갈라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게 괜찮을 리가 없다. 고생을 사서 한다고? 사서 하는 고생은 거스름돈이라도 받아야 한다. 그게 정당한 셈법이고, 공정한 거래 아닌가. 청년은, 흙수저는, 배경과 학벌에 의탁하지 않고 맨손으로 일어서려는 학생은 정당한 제 몫을 빼앗기고도 그저 괜찮아야만 하는가? 그토록 괜찮은 사회에서 우리 삶은 왜 점점 더 피폐해지는가?

나와라. 안 괜찮다고 말해라. 이따위로 세상을 만들어 놓고 누가 괜찮냐고 물어라. 그것은 어쩌면 너희들의 의무인지도 모른다. 너희들의 침묵은 너희들에게 돌아갔아야할 정당한 대가를 금수저와, 특권층과, 제2의 정유라, 제2의 최순실에게 바치게 될 것이다.

곧 폐시생이 될 사시생, 아마도 폐시생이 될 행시생, 정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합불합을 점쳐야 하는 임용고시생,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느낀 깊은 빡침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찰시험 준비생, 너희가 긴 시간 힘들게 노력해서 7, 9급 공무원이 되는 동안 금수저 물고 낙하산 타고 쏟아져 내릴 5급 특채를 보고 싶지 않은 공시생, 전부 나와라. 나와서 이 답답한 세상에 돌직구 한 번 던져라.

괜찮지 않다고. 왜 수험생은 언제나 약자여야 하느냐고. 길은 걷는 자를 위해 만들어진 거다. 우리는 왜 길을 위한 존재여야 하는가. 물론 너희가 언제까지고 수험생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가 오늘 감내한 작은 불편은 훗날 거대한 불공정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길을 걸을 사람은 우리뿐 아니라 우리 동생, 후배, 아들, 딸들이다. 한 번은 말해야 한다.

2월 28일. 낮 12시 30분. 노량진 신한은행 3거리. 서울특별시 동작구 만양로 105. 네비 찍고 찾아와라. 함께 크게 소리 한번 질러보자. 올 사람, 오고는 싶은데 궁금한 게 맣은 사람, 발언하고 싶은 사람, 꼭 연락해라. 사랑한다.

카톡 justicenet

다음까페 http://cafe.daum.net/someday2gether

-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2017-03-23 03:01:11
그냥 시험이고 점수고 다 없애고, 오로지 면접과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 경력, 서류전형 내고,체력 검정하고, 시험으로 머리 인생 낭비하는 일 없게 일할 수 있는 인재채용으로 가는게 좋겠다. 제발!!!부모 직업이나 그런거 논하지 말고 그렇게 일하고 싶은 청년들 원하는 곳에 이력서라도 써보고, 면접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시험법이고, 점수고, 학벌이고, 다 그만 운운하고 사람대 사람으로 대면이라도 시켜줬으면 좋겠다.
그럼하고 싶은 사람인데 굳이 성과제없어도 알아서 열심히하고 토론하고 굴러간다. 자율학습시간을 학교에서도 괜히.주는게아님

단비나라 2017-03-20 20:58:56
취준생 여러분들!5.18광주 유공자 자녀들 셋까지 가산점 혜택받는것에 대해아시나요?
모든 국가고시(범위넒음)에 무려 과목마다 최고 10%에서 최저 2%까지 가산점을 준다네요.
1점가지고도 수백명이 몰려있어 당락을 결정짓는데 최고 10점을 먹고 들어간다면 여러분들 이게 평등한 나라라고 보여지나요? 금수저도 이런 금수저 없습니다!
누가 누구의 피와 살을 갉아먹는지 제대로 알아야합니다..
5.18광주 유공자들의 혜택에 대해서 알아보시면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옵니다!

231123 2017-03-14 14:09:06
더불어 민주당 왈 : 대한민국의 주권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으로부터 나온다. 수험생들의견 가볍게 무시~

이승철 2017-03-01 00:49:30
그래요. 5급공채 폐지해 주세요. 시부. 9급부터 공평하게 출발혀. 걍 대통령도 시험보ㅓ서 뽑지. 머리좋다고 다 되는거 아녀....5급봐서 사회생활도 모르는 것들이 탁상공론 정책이나 펴고

허생 2017-02-27 09:40:49
5급 특채뿐만 아니라 순경시험에 존재하는 전경특채 제도도 없애주세요!!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