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 감축, 출구 아닌 입구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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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수 감축, 출구 아닌 입구 줄여야”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4.24 19:44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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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변호사 수급 정상화를 위한 세미나’ 개최
로스쿨 정원 감축·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 방안 등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다수의 변호사를 배출해 서민의 법률서비스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지 8년을 넘어섰다.

도입 초기 사법시험과 병행 선발로 연간 2,500명에 달하는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등록 변호사 2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사법시험이 예정대로 올해 마지막 선발을 하게 된다고 해도 현행 변호사시험 선발 기준에 따르면 매년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될 전망이다.

이처럼 단시간 내에 변호사 수가 급증하며 변호사업계를 중심으로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지나치게 웃돌면서 청년 변호사의 취업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법률서비스 질 하락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반면 아직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고 경쟁을 통해 저렴하고 질 좋은 법률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주장도 여전히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대한변호사협회는 적정한 수준의 변호사 공급에 관한 논의를 위해 지난 22일 '변호사 수급 정상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 안혜성 기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적정한 수준의 변호사 공급에 관한 논의를 위해 지난 22일 ‘변호사 수급 정상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변호사는 신뢰공급자, 독립성과 자유직업성 유지돼야”

주제발표를 맡은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최승재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 공급은 적정한가’를 주제로 변호사 수와 관련된 세간의 오해와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 법조인접직역과의 갈등 등에 관해 발표했다. 특히 최 변호사는 논의의 전제로 변호사가 사회의 신뢰를 담보하는 ‘신뢰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우리나라는 변호사가 부족하다’, ‘변호사 수의 증가에 의한 변호사 간의 경쟁이 양질의 저가 서비스 공급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변호사는 공익에 둔감하다’를 변호사에 관한 ‘미신’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대공항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예시하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수요가 공급을 파괴한다. 변호사의 과잉공급은 변호사사회를 먼저 붕괴시키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사회적인 신뢰 붕괴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는 변호사가 부족하다’는 ‘미신’에 관해서는 “적정 변호사 수는 GDP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일본과 한국의 인구 및 GDP, 등록 변호사 수에 대해 소개하며 일본에 비해 인구와 GDP가 훨씬 적은 한국에서 지나치게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최 변호사는 “일본은 경단련의 강력한 요구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으나 기대와 달리 수요의 증가가 없었고 오히려 변호사의 질 저하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며 “로스쿨 진입자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자 로스쿨을 줄이고 변호사 합격자 수도 줄이는 등 신규 변호사 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로스쿨 도입 당시 연간 3,000명 수준의 변호사를 배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절반인 1,500명 수준으로 감축한 상황이다.
 

▲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은 변호사가 신뢰공급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변호사의 과잉공급은 변호사사회의 붕괴를 넘어 사회적인 신뢰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정 변호사 수와 관련해 한국의 경우 세무사, 법무사, 변리사, 노무사 등 법조인접직역의 전문자격사들이 다수 배출돼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변호사 수의 증가에 의한 변호사 간의 경쟁이 양질의 저가 서비스 공급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 변호사는 “공익성과 윤리성을 지향하던 ‘선비’ 변호사는 사건을 하나라도 더 수임하기 위해 품위를 저버리는 ‘상인’ 변호사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덤핑 수임’ 등 출혈 경쟁과 낮아진 수임료는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

“변호사 수 감축 필요성, 국민의 동의 얻어낼 수 있을까”

최 변호사는 ‘변호사는 공익에 둔감하다’라는 소주제 하에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법조시장에 대처하는 방안 중 하나로 ‘변호사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였다. 그는 모 로스쿨 원장과 로스쿨 운영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하던 중 개선에 5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자 “5년 후 내가 정년인데 그걸 왜 하겠느냐”는 대답을 들었던 사례와 변호사업계의 위기에 대해 “나는 괜찮겠지”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변호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3등칸부터 물이 차오르겠지만 결국은 1등칸까지 차올라 배는 침몰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나아가 변호사 사회의 붕괴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변호사 사회의 건전한 존속과 기능유지를 위한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 수 감축 논의는 선배들이 누렸던 엄청난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더 나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변호사가 본연의 신뢰공급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변호사사회가 다기화되면서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공익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고 공익성을 전제로 하는 제약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음을 전하며 “변호사가 변호사의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공익성이고 이게 없다면 유사·인접직역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된다. 변호사가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성과 자유직업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며 변호사 수 감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영기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변호사 수 감축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법조계가 과거에는 신뢰공급자의 역할을 잘했는데 변호사 수가 늘어나서 신뢰공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 자리를 만든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대한민국 사회에 변호사가 너무 많으니 줄이자고 여론조사를 하면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지점에서 고민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며 인접직역에 변호사 자격을 주고 신규배출을 차단하는 등의 통폐합 및 행정청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변호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 적극적인 직역 개척을 예시했다.

김 심의관은 또 법원에서 리걸클리닉을 제안하며 로스쿨의 실무교수들이 1년에 1~2건의 국선변호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많은 변호사들이 반대한 사례를 전하며 “법학교육을 잘 해서 변호사들의 실력이 올라가야 신뢰도 높아지는데 이런 일들을 거시적으로 변협이 나서서 해보자고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보였다.

김성원 법무부 법조인력과 검사는 변호사 배출 규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 방법에 대해 설명한 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은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로스쿨생의 기대이익을 배제할 수 없고 또 청년변호사 등 현실 수급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협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급증했지만 법학부 폐지로 인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법률서비스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을 우려했다.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의 법학부가 폐지되고 법학교육이 실무자 양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법학을 학문으로 공부하고 연구할 자원이 고갈되고 있으며 일반 사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도 과거보다 법적 소양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정원 감축과 법학부 부활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방안을 시행하는 경우 로스쿨 정원의 70~80%를 법학부 출신으로 운영함으로써 심화교육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현 로스쿨 제도 하에서 변호사를 감축하는 방안으로 영국의 사무변호사 제도를 활용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들에게 유급조건의 실무연수를 일정기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영국의 사무변호사 자격 취득에는 최저 임금이 정해져 있는 2년의 실무연수를 마쳐야 하고 이에 엄격한 선발과정이 요구되므로 법대 졸업생 중 3분의 1정도만 수습을 마치고 변호사가 된다. 다만 이 방법을 도입하는 경우 실무연수를 위한 채용에 연줄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법대 부활, 로스쿨 정원 70~80% 법대 출신으로 심화교육”

적정 법학교육과 적정 변호사 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으로는 △로스쿨 정원을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이들 중 일부만 변호사로 선발하는 방법과 △로스쿨 통폐합 등을 통해 정원을 줄이고 학부 법학교육을 다시 도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전자의 경우 스웨덴의 법조인양성제도와 유사한 방안으로 이를 도입할 경우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을 사회와 당사자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로스쿨 정원을 줄이고 법학부를 부활시키는 방안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담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됐다. 수험법학 수준을 넘는 심도 있는 로스쿨 교육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합격률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이 방안이 도입되는 경우 로스쿨은 심화학습을 통해 실무자를 양성하고 법학부는 다수의 학부생들에게 일반 법학교육을 실시해 법률소양을 고양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로스쿨을 통해 심화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은 부활한 법학부생 위주로 로스쿨 교육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이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한다는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에 배치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박 교수는 “맞다. 이 방안은 법대 출신이 70~80%가 들어오는 것을 전제로 로스쿨을 새롭게 만들자는 구상”이라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들어온다는 의미에 회의적”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비법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3년은 무리한 제도”라며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면 많은 로스쿨 교수들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시험의 경우에도 비법학사가 일부 합격했으니, 로스쿨에서 비법대출신 20~30% 정도로 하고 1년 정도 더 교육을 받도록 하면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쿨 정원은 줄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높게 유지하는 경우 로스쿨 입시가 사실상 법조인 선발의 기능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로스쿨 입시에 대한 신뢰를 우려하는 질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입시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안은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오성헌 대한변호사협회 제2기획이사는 변호사 1인당 사건수임 건수에 관한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변호사 배출을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7년 변호사 1인당 월수임 건수는 본안사건을 기준으로 4.76건이었지만 지난해 1.69건으로 줄었다.
 

 

오 변호사는 “이대로 변호사가 배출되면 한 세대 후인 2050년에는 변호사가 8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변호사의 적정 수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이 이를 방치해 현재의 변호사 수에 3.6배에 이르는 많은 변호사들이 배출된다면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쉽게 짐작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변호사와 법조인접직역과의 업무 영역에 대한 장기적인 개선책이 제시돼야 하고 변호사의 공직이나 기업에의 진출이 확대되고, 로스쿨 교육이 파행되는 일이 없도록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강제 조정하기 보다는 입학 단계에서 입학정원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되는 가운데 적정한 변호사 수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가는 방법만이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국민의 입장에서도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낮추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는 것이 무한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이 법률서비스 염가 경쟁을 해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님을 인식하도록 대한변호사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변협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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ㄸㄸ 2017-04-30 11:03:10
법무사에게도 소액소송대리권 주고 누가 더 잘 하는지 시장의 판단에 맡기자

지나가다 2017-04-30 09:16:28
사시로 매년 1,000명씩 뽑아라.
그게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다.

양심도없다 2017-04-27 19:09:48
양심도없다. 자식들한테부끄럽지도않냐

유전이 어디가겟냐만은


늬들땜에 눈물흘리는 서민들

늬들 자식새키들한테서 피눈물뽑게될거다

세상이치더라그게


반드시 그렇게될거다

지금 취업비리고통받는 누군가의 아들처럼
얼굴드밀고 살지못할거다

ㅁㄴㅇㄹ 2017-04-27 00:07:36
변호사 숫자를 논하기전에 지난 10년동안 로스쿨이 해 온 말들을 생각하길

2017-04-26 17:52:13
로스쿨들어오고 나서 법학교육이 양아치스럽게 변한 듯해요..
옛날에 법대 있을 때는 서울대 법대 출신 아니라도 저명한 교수님 수업 들어보려
청강들으러 오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학원강사들만 주구장창 찾아대고 심도깊은 이해보다는 스킬위주
인스턴트식 공부로 시험에 합격하고..
인서울에 몇 몇 법대 남아있긴해도 주요 법대들이 다 폐지되었으니
남아있는 법대들도 위축되고 법학교육을 등한시 하는 수 밖에...

실무가 양성도 좋지만 법학다운 법학을 배울자리가 많이 줄어들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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