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의 미래, 법학교육에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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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의 미래, 법학교육에서 찾아야”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4.26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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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학교수회, 법의 날 기념 강연·토론회 개최
송상현 전 ICC소장 “국제적 관점·사고 가르쳐야”
법조시장 정비와 연계된 로스쿨 교육 필요 제안
“법학=밥학”이 돼선 안된다는 우려 목소리 나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의 날을 맞아 법치주의 근간인 법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용상)는 지난 25일 중부등기소 5층 강당에서 ‘제54회 법의 날 기념 석학 초청 강연회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법학교육”이라는 주제로 ICC소장으로 근무하며 겪었던 경험과 소회를 바탕으로 국제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강연을 했다.

“인권, 형사정의를 통한 항구적 평화 등 보편적 가치 법학교육에 반영”

사람과 물자, 자본, 기술이 자유롭게 이동하던 시대를 지나 거주이전 및 통상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인공지능, 유전자조작, 자율운전차, SNS 가짜뉴스를 통한 선동이나 인격살인 등 기술발전으로 인한 격변과 다양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법학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 한국법학교수회는 지난 25일 중부등기소 5층 강당에서 ‘제54회 법의 날 기념 석학 초청 강연회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인권, 법의 지배, 형사정의를 통한 항구적 평화,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보호 등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송 전 소장은 “국제질서가 어떻게 재편되더라도 세계공동체를 지배하는 보편적 가치들은 변함없이 세계시민의 행동기준이 될 것이므로 법학교육과정에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 법학교육의 지향점은 더 나은 인류사회를 위해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송 전 소장은 이같은 국제적 감각과 가치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법적 이슈 하나하나를 법의 지배에 관한 유엔고위층 선언에서 제시하고 있는 40개의 실천방향이나 SDG의 17개 목표 중 가장 관련 깊은 것과 늘 연결시켜서 분석하고 비교함으로써 세계적 관점과 사고를 형성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아울러 옳고 그름을 판별하며 자칫 잘못하면 법률가라는 ‘license’가 취소되겠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법조인생을 시작하도록 엄격한 법조윤리를 교육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법학교수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보였다. “법학교육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는 일은 마다하고 수많은 교수가 정치후보자의 캠프에 몸담아 벼슬하다가 영어의 몸이 된 이번 사태를 보라. 최순실 사태 구속자의 과반수가 교수”라며 “법학교육현장의 지킴이 노릇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 전 소장의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손종학 충남대 로스쿨 교수가 ‘로스쿨 시대의 법학교육과 법조시장-법학교육의 방향성과 법조시장의 정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했다.
 

▲ 송상현 전 ICC소장은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법학교육'을 주제로 하는 강연을 통해 국제적 감각과 가치를 로스쿨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로스쿨 시대의 문제점으로 ‘법조인의 실력저하’와 ‘법조시장의 포화’를 지적하며 “이 둘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문제로 로스쿨의 출범에 있어 법학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법조시장과 연계시킨 논의가 전제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실력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법조인 선발제도(사법시험)와 교육을 통한 양성제도(로스쿨)라는 두 제도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에 불과하다”며 “많은 법조인들이 ‘법조인의 실력’을 법학의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 법조문 내용과 판례 결론 숙지, 소장과 같은 형식적 법무서 작성 등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더 근본적인 법조인 능력은 ‘법적문제해결능력’이며 법적문제해결능력만 있다면 형식적 법문서의 작성이나 판례 숙지는 로펌 입사 후 얼마든지 습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론과 실무 교육을 마쳐야 하는 상황 하에 로스쿨에서의 교육이 수험법학으로 치우치게 되는 점을 우려하며 이론과 실무가 하나의 교재와 강의에서 어우러져 이뤄지도록 하는 통합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 변호사시험 합격 후 실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적인 실무교육은 원칙적으로 로스쿨 졸업 후 각 법조직역에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며, 보다 심도 있는 교육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미국의 LL.M 과정을 도입해 법조인들이 해당 직역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을 습득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유사법조직역 단계적 감축·폐지…로스쿨 출신 법조인으로 대체해야”

손 교수는 “법조시장이 로스쿨에 적합하게 설정돼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며 변호사대리원칙을 강화하고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하는 방안, 피해자 대리인 및 국선변호인 제도의 도입, 국회의원실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입법연구관을 배정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직역 개척, 유사법조직역 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유사법조직역 정비와 관련해 “유사법조직역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변호사들은 법학만을 배운 관계로 자신들이 종사하는 직역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변호사의 고유 권한인 소송대리권까지 본인들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로스쿨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과거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로스쿨에 이공계 전공의 석·박사 출신이 즐비하고 공인노무사나 회계사, 변리사 등의 전문자격을 소지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상황에서 전문지식 부족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의 유사법조직역 전문가들은 지금 그대로 유지하되 신규 진입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일정 시점 이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그러고 나서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에 법조실무능력까지 겸비한 로스쿨 출신 법조인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장용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사법제도 개혁의 목적은 결코 로스쿨이 아니라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법치의 확립에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며 “현재 로스쿨의 진입장벽과 국가주도의 로스쿨 운영은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한 보완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손종학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법조시장이 로스쿨에 적합하게 설정돼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며 변호사 직역 확대 방안 및 법조유사직역 정리 방안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기득권의 옹호는 법학을 밥학으로 만든다”며 보다 경쟁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변호사의 배출을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며 로스쿨은 법학부와도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 유사직역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도 “시장은 냉철하다.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와 달리 이경숙 대한변협 제2교육이사는 법조유사직역을 반드시 정비해야 하고 변호사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교육이사는 “법조유사직역자격증은 과거 변호사 수가 적고 전문 변호사가 부족한 환경에서 나타난 현상이나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 반하고 매년 1,600명 가까운 다양한 전공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의 공익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고 생계위협을 받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수급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전국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현행 2,000명에서 1,500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사법시험과 로스쿨 등 법조인 선발이 ‘만능 요술항아리’로 기능한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그는 퇴직 법관이나 검사가 자동으로 변호사 자격을 보유함으로써 판결이 왜곡된다는 점, 법조인들이 정계로 과다 진출하면서 변호사 출신에게 불이익이 되는 법안의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유사법조직역과의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월권”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에 섰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변호사의 직역 확대와 법률가 자격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는 전문 법률가를 변호사 자격으로 일원화하기 위해 로스쿨에 1~2년 과정의 전문 법조 코스를 마련해 ‘일정 범위의 소송대리권’을 행사하는 ‘전문 변호사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외에 저렴한 가격의 법률 공보험 도입 및 법률상담 전담 변호사 제도의 도입, 로스쿨 학생들이 참여하는 리걸클리닉과 연계한 법률구조 제도 도입 등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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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로스쿨 2017-04-26 16:54:27
마치 황소개구리처럼 토종 생태계를 망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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