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7)-침묵의 정치학(沈黙의 政治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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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7)-침묵의 정치학(沈黙의 政治學)
  • 강신업
  • 승인 2017.06.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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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오늘날 유명인이나 정치인의 말과 글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실시간으로 퍼져나간다. 과거 권력이 총구에서 나왔다면 21세기 권력은 스피커와 인터넷에서 나온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그저 기회만 있으면 마이크를 잡으려 들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일상적인 신변잡기라도 늘어놓으며, 어떻게 해서든 대중의 눈과 귀를 잡아두려 애쓰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하긴 이미지로 먹고 사는 현대의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잘 포장된 이미지를 심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으니 그들의 몸부림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겐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대중들은 말 많은 정치인일수록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그의 막말이나 말실수는 기막히게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대개 정치인들은 말을 해서 이익을 얻는 경우보다는 침묵해서 화를 면하는 경우가 더 많다. 톨스토이는 “말을 제대로 못했던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면 침묵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는 백 번이라도 후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거니와, 이 말은 특히 정치인들이 곱씹어 새겨야 할 명언이다.

무릇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모두가 말할 때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고,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모두 침묵할 때 말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에겐 잘 말할 수 있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가릴 줄 아는 지각이다. 정치인은 물론 때로 휘몰아치는 웅변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또 때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 한 마디로 상대방을 단 번에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중이나 유권자를 의식한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 대는 것은 단연코 최악이다. 앞뒤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즉흥적으로 지껄인 말은 이미 말이 아니라 헛소리에 불과하고, 특히 남을 비방하거나 시기하는 헛소리는 오히려 자신의 혀를 베는 칼이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말 좋아하는 정치인은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받을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혀로 자신의 목을 자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어떤 일에 있어서나 성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조건은 침묵이다. 그리고 모든 일에서 성공에 항상 가장 큰 방해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다. 사람은 보통 해야 할 말을 안해서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수가 많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인생에 있어서 성공을 A라 한다면, 그 법칙을 A = X + Y + Z 로 나타낼 수 있고, 이 때 X 는 일, Y 는 노는 것이다. 그러면 Z는 무엇인가? 그것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 세상은 남녀노소나 장삼이사(張三李四)할 것 없이 저마다 이렇게 저렇게 말을 쏟아내고, 이런 저런 말들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말공해가 되고 글공해가 되어 사람들을 상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하거나 처벌 받는 사람의 수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말 말이 화를 부르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말은 운치 있게 압축적으로 해야 한다. 아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말을 아껴야 한다. 누구든 과분하게 말하기를 좋아하면 큰 손해를 입고, 만족을 알고 적당한 곳에서 멈추면 위험을 당하지 않는다. 침묵은 너절하게 늘어놓는 말보다 뛰어난 웅변이 될 수 있다. 침묵은 그저 말하기를 그만둔 상태가 아니라 지혜와 용기를 담아 소리 없이 말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곳곳에 쌓인 구조적 부패의 쇠사슬을 끊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다. 오늘 우리 국민의 요구는 튼튼한 국가안보와 내실 있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민 복지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난제다. 이런 때 정치인들은 보수니 진보니, 수구나 개혁이니 하는 말로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개혁의 동력을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저 묵묵히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배척하고 일을 참되고 실속 있게 행하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정신이다. 바야흐로 말은 줄이고 행동은 늘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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