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내각 첫 낙마자와 자유한국당이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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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내각 첫 낙마자와 자유한국당이 나아갈 길
  • 오시영
  • 승인 2017.06.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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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문재인 정부 내각 구성 첫 낙마자가 나왔다. 법무부장관 후보로 추천된 안경환 서울대명예교수이다. 이를 놓고 야당에서는 조국 민정수석 등의 인사검증 부실문제를 놓고 정치 공세가 치열하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이는 민정수석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사검증총책임자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잘못이라며 조국 수석을 감싸고 있다. 양쪽 다 맞는 말이다. 1차적 책임은 조국 수석에게 있고, 최종적 책임은 국무총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안경환 후보의 첫 번째 혼인무효사건은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등의 범죄를 구성하는 대단한 사건이다. 필자는 그가 그 잘못으로 민사상 혼인무효판결뿐만 아니라 형사상 처벌까지 예전에 받았더라면, 그리하여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하였더라면 혹시 임명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실수나 잘못을 범하기 마련이고, 이를 형벌이나 징계 등을 통해, 아니면 세상에 노출되어 명예가 훼손됨으로써 상응한 처벌을 받았다면, 그것으로 그 잘못에 대한 징치가 이루어졌으므로 더 이상 이를 이유로 다음 삶을 계속하여 발목 잡는 것은 이중처벌이어서 나름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도 경우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잘못에 대한 징치나 반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상응한 대가를 치루지 않은 채, 반성이나 회개의 시간을 갖지도 않은 채 더 높은 지위나 권세를 탐하는 것, 이권에 몰입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경환 내정자의 조속한 자진사퇴라 하겠다. 한 번 후보로 지명되면 강제낙마될 때까지 버티면서 추한 모습을 계속 보여준 수많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신속하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며 자진사퇴하는 모습은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물론 사퇴 몇 시간 전까지 “버티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인사청문회에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자신의 생각이 부질없는 욕심이었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식하고 자진 물러남으로써 사태를 악화 일로로 끌고 가지 않은 것은 나름 명예를 아는 태도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인권에 대한, 사법 정의에 대한 관심이 유달랐던 안경환 교수가 젊었을 때 그런 열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지금 그 행위는 객관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한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고, 어떻게든 결혼하고 싶어 했던 한 젊은이의 내심이 드러나 보여 “소설 속의 한 장면”이었거나 “영화 속의 한 장면”이었으면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과거의 행위로 인해 오늘의 발목 잡힘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몇몇 각료 임명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상당수 장관이 임명되고, 대부분의 각료들이 내정되어, 이제 가까운 시일 내에 내각 마무리가 될 듯하다. 새 정부 출범 50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은 대단한 국력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정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으로 비롯된 문재인 정부가 개혁 동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내각 구성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인사청문회에 임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가 조속히 안정을 찾고, 국가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박근혜 정권의 바람막이였고, 보호벽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그녀 혼자 한 게 아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새누리당이었을 때 함께 저지른 농단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자신들이 직접 “손에 피 묻히는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책임이 없는 듯이 행동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말 세상이치에 맞지 않는 궤변일 뿐이다.

형법이론 중에 “공모공동정범”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정범 이론은 모든 범죄자들이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더라도 공범으로 함께 처벌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조직폭력배의 수괴 등을 처벌하기 위한 이론으로 개발되었다. 한 번 이런 경우를 상정해 보자. 조직 폭력배 십여 명이 한 명의 여자를 가운데 세워 놓고 빙 둘러 서 있는 상황을 말이다. 그 중 한 명의 폭력배만이 그 여자에게 심한 말을 퍼부으며 금방이라도 폭력을 가할 듯이 행동하고 있을 뿐 나머지 폭력배들은 아주 밝게 웃고 있는 그림을 다시 연상해 보자. 모든 폭력배들은 아무런 악의 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지만, 그들의 웃음은 그 여자에게는 손에 칼을 들고 자신을 협박하는 것보다 더 공포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 그 웃고 있는 폭력배들을 함께 공범으로 처벌하기 위한 형법이론이 공모공동정범이론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가지나 되는 공소장 기재의 범죄를 저지를 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똘똘 뭉쳐 언론과 시민 및 야당의 진실규명 요구를 가로막고, 방해하며 국정농단의 욕창이 깊어지도록 방조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그런 연유로 새롭게 출발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일말의 부채의식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도리이다. 40여 년 전의 한순간 사랑에 눈먼 청년이 저질렀던 일방혼인신고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법무부장관 내정자였던 안경환 교수가 자진사퇴한 책임의식을 한 건 했다며 마냥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동일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가 국리민복을 위해 내각을 구성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 첫 번째 단추부터 제동을 거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 행위의 커다란 대들보를 먼저 인식하고 협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안경환 교수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40년 전의 일로 법무부장관 후보직을 자진사퇴한 것처럼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생생하게 국민이 기억하고, 자신들도 기억하고 있고, 일주일에 네 번씩이나 열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사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처지와 곤고함을 새롭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주 칼럼을 통해 보수정당으로서의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환골탈태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였다. 진정 보수가 정신 차리게 보수로서의 입지를 확립해야 한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는 쌍두마차에서 두 바퀴에 해당한다. 까닭에 어느 한 쪽 바퀴가 잘못되면 결코 나라가 제대로 설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나아가 두 마리의 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마차는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부서질 뿐이다. 그런 어리석음을 계속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촛불민심으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지, 문재인 정부의 발목만 잡으면 그것으로 보수가 부활할 것이라는 맹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 계속 자신을 죽이는 멸문지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뿐이다. 국민지지 75% 이상을 받고 있는 현 정부의 발목을 잡아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자신들이 살려면 자신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잘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잘할 것이라는지 등등 긍정적 정책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못할 때는 못하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발목 잡는 것만으로도 나름 충분하다.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라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잘 할 때는 발목 잡는 방법으로는 자신들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만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아니 잘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왜 저리 사사건건 훼방만 놓지, 참 못된 정당일세.” 하며 등을 돌리거나 염증을 느끼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이렇게 하지도 못하고, 저렇게 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겠지만, 그러기에 낮아지고 자신을 부서져라 혹사하며 새롭게 태어나려는 몸부림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치러질 자치단체장 및 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홀로서기, 바로서기를 하지 못한다면 그 선거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불과 10% 남짓의 지지율만을 가지고는, 그렇게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중선거구제 등의 도입에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으로서는 제대로 당선자를 내기가 힘든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까닭에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당의 입장을 하루 속히 바꿀 필요가 있다.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내각구성에 딴지를 걸며 싸움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현행 인사청문회 관련 규정이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부적합으로 채택된 경우에도 대통령의 직권으로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를 상용하여 왔고, 문재인 대통령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무부장관에 대해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까닭에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 및 추경 예산에 협조하며, 정국을 개헌정국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즉 내각 구성이라는 현안이 없어지게 되면 정치권에 대화두로 남는 것은 “내년 지방자치선거” 및 “개헌 정국”뿐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힘을 모으고, 국민의당을 설득하여 다수파를 만든 다음 자신들의 정권재창출이나 권력 분점이 가능한 헌법으로 개헌의 물꼬를 조성함으로써, 보수로서의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고,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엽적인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에 매달려 인사청문회를 파행시키거나 추경예산에 반대하며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며 국민 여론과 반대쪽으로 가는 것은 참 바보스러운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내각이 구성되어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싫고, 추경예산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민의 환호를 받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싫은 것이다. 이는 소탐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각이 제대로 굴러가야 그 중에 잘못을 범할 수도 있는 것이고(문재인 정권도 神의 정권이 아닌 사람의 정권이기 때문에 잘할 수도 있지만 자연히 잘못할 수도 있다. 필자의 눈에는 멀지 않은 시기에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둘러싼 대대적인 학부모들의 반대집회가 개최될 것이 보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채용 및 급여 등을 놓고 노노갈등이 조성되거나,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노사간의 갈등이 고조되거나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을 놓고 영세자영업자들의 민심이탈이 보인다), 반격의 빌미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어차피 구성될 내각을 며칠 늦추는 미련스러운 대여투쟁만 벌림으로써 국민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잘못을 범하고 있으니 참 난해스럽다. 그리고 추경예산 편성을 어디 한 번 반대해 보라. 반대하면 할수록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뭐하는 정당인데, 내 새끼들 일자리 만들어주겠다는 것을 반대하는 거야?”라거나 “청년들이 내 취직 자리 방해하는 저런 정당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반감만 받게 됨으로써 더 지지가 멀어지는, 쪼그라지는 정당이 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에 왜 둔감한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첫째, “우리가 정말 잘못 했습니다”하고 대국민사과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결행하고(새로운 대표가 선출될 때 그 계기가 마련될 것이지만, 현재 출마한 대표 후보들의 면면이 그런 사과를 신선하게 연출해 낼 것 같지가 않아 걱정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내각구성 및 일자리 예산 추경 편성에 적극 협조하고, 셋째, 정국을 개헌정국으로 전환하여 정치력을 복원하는 방법을 통해 보수정당으로서의 권위와 힘을 회복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누가 진정한 보수정당이냐를 놓고 내공을 기르고 국민의 지지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급한 게 새로운 인재의 영입이다. 현재의 인적 구성으로는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시행하여 이로 인한 혼란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첫 낙마자인 안경환 교수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세상 사는 게 모든 게 업이지 않겠습니까? 자진사퇴함으로써 마지막 용기(?)를 보여준 것은 아주 잘한 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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