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7기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생 박재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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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7기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생 박재남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1.18 10:2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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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생 박재남씨
과천외고/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57회 사법시험 합격

“법 공부는 뛰어난 두뇌보다 인내심과 체력이 중요”
“소송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조인 될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47기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생으로 대법원장상을 수상한 박재남씨는 법률저널과 이미 인연을 맺은 바 있는 반가운 이름이었다. 박씨는 비전공자로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지난 2015년 법률저널에 합격수기를 남겼다. 당시 그는 수험기간 동안 겪었던 심적 고통이나 잦은 슬럼프들에 대한 경험이 같은 처지에 있는 수험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합격수기에 녹여냈다.

2년간의 치열한 사법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수석 수료라는 우수한 성과까지 낸 지금 법률저널의 인터뷰에 응해준 그는 합격수기를 쓰던 당시와 같이 성실하고 진솔하게 사법연수원에서의 경험과 느낀 것들에게 대해 들려줬다.

1990년 6월 3일 생인 박씨는 과천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이미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그가 대학에 진학할 때는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법학과가 폐지된 상황이었기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해 연계전공을 통해 법학 과목을 수강하며 법학 35학점을 채우고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2013년 첫 1차 도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교재까지 과감히 교체해가며 준비한 2014년 시험에서 1차에 합격했고 2015년 57회 사법시험에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학 비전공자로 여러 시행착오와 슬럼프를 겪으며 수험생활을 보냈던 그이기에 공부에 관해서는 난다 긴다 하는 이들이 모인 사법연수원에서 수석으로 수료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았다. 그는 “솔직히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만 대법원장상을 받으면서 연수원 수석 수료의 무게감을 느꼈다. 이번에 수료한 연수생 모두 2년간의 혹독하고 철저한 연수원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분들이다. 나는 단지 성적이 좋아서, 어찌 보면 운이 좋아서 그 분들을 대표해 상을 받는 사람 중 하나로 선택되는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석 수료를 할 수 있게 돼 무척 영광스럽고 기쁨과 동시에 동료 연수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법조인이 돼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낀다”는 겸손하고 진중한 소감을 전했다.

많은 수료생들이 “수험생활 보다 더 치열하고 힘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연수원생활이 궁금했다. 박씨는 “지도교수님과 조원들을 처음 만나고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나눴던 순간,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했던 순간, 치열하게 시험공부를 하면서 중간중간 친구들과 수다를 나눴던 순간, 모의재판을 진행하면서 재판의 법리와 시나리오에 대해 같이 고민했던 순간, 뜻이 맞는 동료들과 진지한 대화를 했던 순간, 교수님으로부터 의미 있는 가르침을 받았던 순간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성장시킨 것 같다”며 지난 2년의 생활을 회고했다.

그는 “연수원 생활을 하면서 항상 공부의 압박에 시달렸는데 연수원을 수료한 지금은 앞에서 언급한 소중한 순간들을 그 순간마다 음미하면서 조금 더 즐기려고 노력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씨가 연수원 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경험으로 꼽은 것은 불교 동아리 다르마 법우회 활동이었다. 그는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다르마에서 임원을 맡으면서 매주 수요일에 스님 말씀 이후에 스님과 동아리 회원들끼리 나눠 먹는 도시락을 준비했다. 도시락 수량을 조사하고 주문한 후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격려와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기에 기쁘고 보람차게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했던 무료급식소 봉사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봉사의 즐거움을 배웠고 통도사에서 했던 템플스테이도 고된 연수원 생활에 지쳐 있던 심신을 달래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가장 힘들었던 일은 연수원 3학기 과정을 견디는 것이었다. 박씨는 “연수원 1년차를 거치면서 심신이 많이 소진된 상태였는데 또 다시 연수원 공부를 하려니 무척 힘들었고 시간도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힘겨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특히 연수원 1년차에서 공부했던 것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오만하게도 공부가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고 공부가 지루하다고 느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내 부족함이 보였기에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3학기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중하고도 힘겨운 연수원 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씨는 ‘건강관리’를 첫 손에 꼽았다. 이는 정신적 건강과 신체적 건강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그는 “건강하지 못하면 강도 높은 연수원 생활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연수원 강의를 듣고 법률지식을 잘 습득해 좋은 성적을 받는 것,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 연수원 교수님으로부터 법조 생활의 지혜를 구하는 것들 모두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법조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건강이 갖춰져야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제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연수원 생활을 통해 심한 압박 속에서도 기본적인 체력관리를 하는 방법과 법조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해 정신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연수원에 입소할 49기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건강관리의 중요성과 이를 위해 연수원 생활을 버티게 할 운동을 하나쯤 배워오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연수원 입소 전의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선행학습에 대해서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연수원 과정을 충실히 따르면 충분하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을 배우는 것이 좋은 것 같다”며 선행학습 보다는 건강관리에 무게추를 기울였다.

박씨의 연수원 성적은 4.16점. 주요과목 중 민사재판실무와 평사재판실무는 모두 A+를 받았고 검찰실무는 1년차에는 A+, 3학기에는 A0를 받았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잘 받는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어찌 보면 법학과 폐지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됐다고 볼 수 있는 정치외교학과에서 습득한 공부방법이 성적 관리에 도움이 됐다는 것.

박씨는 “정치외교학과에서는 ‘적실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적실성’은 어느 이론이든 그 이론이 현실에 얼마나 적합하고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쓰이는 단어다. 연수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과목을 공부하든 그 과목의 핵심원리들과 그 원리들이 어떻게 파생됐는지, 실무에서는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부터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핵심원리를 파악한 후에는 반복을 통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더 나아가 암기하려고 했는데 이런 방법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서로 관련이 있는 과목들을 묶어서 공부하는 방법도 우수한 성적의 열쇠였다. 예를 들어 민사재판실무와 민사변호사실무, 민사집행법, 보전소송 같이 서로 연관성이 크고 중복되는 부분이 많은 과목을 묶어서 공부하면 공부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보다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각 과목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우수성이 입증되고 널리 알려진 연수원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박씨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연수원 커리큘럼은 어떻게 보면 2년 안에 습득하기에는 방대한 양의 지식과 실무에 대한 노하우를 가장 효율적이고 집약적인 방식으로 터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라며 “이를 통해 앞으로의 법조생활에서 쓸 수 있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었고 자신감도 어느 정도 얻었다”고 평했다.

박씨는 “특히 연수원 교수님들이 만드신 교과서와 기록을 보면서 정말 많이 감탄했다. 연수원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교과서와 기록의 정밀성과 논리 정연함에 감탄했고 실무수습 기간 동안에는 그 실용성에 감탄했다. 확실히 연수원 커리큘럼과 자료들은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님들의 집단 지성이 오랜 기간 축적돼 만들어진 것이기에 흠잡을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연수원에서 배운 것들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수습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박씨는 “실무수습 과정은 이론이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연수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어렴풋이 상상했던 절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라며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폭넓게 많은 사건과 기록을 접하면 앞으로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법리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정해 나가는지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많지 않기에 이에 집중해 실무수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새내기 법조인으로서 박씨의 첫 근무지는 군대다. 사실 지금 박씨는 수석 수료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입대 준비로 굉장히 분주한 상황이다. 군법무관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마친 후에는 재판연구원에 지원할 생각이다.

그는 “다양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다룰 수 있고 많은 기록을 접할 수 있는 재판연구원에 관심이 많았고 연수원 조 지도교수이신 소병석 교수님이 법원에서 근무하다 연수원에 오셨는데 그 분의 균형 잡힌 사고방식과 판사로서의 소신을 곁에서 지켜보고 배우면서 법원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진로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궁극적인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법조인”이라고 대답했다. 박씨는 “예전에 사법시험 합격수기를 쓰면서 ‘공포’를 화두로 꺼냈던 것 같다. 지금의 생각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에는 충실해야겠지만 경쟁에서 낙오될까 두려워하며 성과에만 집중하고 그 외의 것들을 도외시하는 법조인이 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2년간 집중해서 기본기를 닦았다면 이제 그 기본기를 발전시켜가면서 서서히 시야를 넓히고 싶다. 무엇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소송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분노를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 감정을 이입해 일을 그르치기도 쉽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나부터 바르고 균형 잡힌 생각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진심 어린 포부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치열한 사법연수원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수석 수료라는 성과를 얻기까지 그를 지원하고 의지가 돼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제가 부족한 면이 많은 편이라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물심양면으로 제가 연수원 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셨던 아버지, 힘들 때 언제나 의지할 수 있었던 형과 누나,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큰 도움을 주셨던 막내외삼촌과 막내외숙모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소병석 교수님, 조희찬 교수님, 황현덕 교수님, 법조인으로서 신조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신 안희길 교수님을 비롯한 연수원 교수님들, 성남지청에서의 검찰실무수습기간 동안 인내심과 따듯함으로 절 이끌어주신 최한나 검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반을 위해 고생하신 반장 및 조장 형, 힘든 연수생활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고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정민이형을 비롯한 G4 형 동생들, 연수생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용훈이형, 재호형을 비롯한 다르마 임원진들, 같이 공부하고 고생한 장순이, 영석이형, 영호형, 소연이, 연수, 루미, 준하형, 정환이형, 충환이형, 재필이형, 희우누나를 비롯한 스터디원들, 그밖에 일일이 적지는 못하지만 47기 분들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절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 준 수근이, 태용이형, 민욱이형, 세빈이형, 수빈이, 필준이, 홍명이형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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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1-19 11:35:13
사시부활 찬성합니다!!!!!!!!!! 대신 사시 1차를 피셋 100%로 뽑아야 됩니다

부럽따 2018-01-19 09:04:43
법학비전공자인데 대법원상을 수상했네요
게다가 민사재판실무에서도 A+을 받았어요
다른건 하나도 안부러운데
민사재판실무A+받은거랑 저 많은상중에 하필 대법원장님상 받은건 진짜 부럽네요ㅋㅋ

** 2018-01-18 15:35:27
성적 겸손함 외모까지 모두 갖춘 멋진 사람이네.

ㅇㅇㅇ 2018-01-18 15:15:56
와 정말 멋있다...

! 2018-01-18 12:47:49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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