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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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6)
  • 박준연
  • 승인 2018.01.19 11: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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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뻔한 이야기

2018년은 바쁘고 또 활기차게 시작되었다. 밤 늦은 시각 전화회의를 앞두고 귀가하는 전철에서 이메일 뉴스레터를 읽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시험 성적이 네 전부는 아니야(Your grades are not you). 퇴근길의 복잡한 도쿄 지하철 안에서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라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딱 지금이 로스쿨 봄학기가 시작하면서 전 학기의 성적도 발표되는 시점이다. 로스쿨 1학년 첫 학기 성적을 보고 내가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로스쿨 첫 학기 성적은 개인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모든 과목의 성적이 잘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자신이 있었던 과목도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NYU 로스쿨은 재학 당시, 학교 정책상 등수는 공개하지 않지만, 1학년 과목의 경우에는 학점 분포가 미리 정해져 있어서 학점을 기준으로 내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과목 성적이 발표되고 며칠간은 학교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여 로스쿨 첫 학기에 기울인 노력을 부정당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극단적으로, 내 자신을 부정당한 것 같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고, 로스쿨에서나 로펌에서 주변을 보면, 대개 어린 시절부터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온 모범생 타입인 경우가 많다. 시험에서 별로 좌절한 경험도 없다. 그런 모범생 캐릭터를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생각해온 만큼, 그 부분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기 자신이 부정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전제로 해야 할 사실은 로스쿨 성적, 특히 1학년 두 학기의 성적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 학기 성적의 좋고 나쁨을 로스쿨 생활의 성공 혹은 실패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 물론 예상했던 것보다 성적이 잘 나오면 기뻐하면 되지만, 대개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느끼는 좌절은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관건은 다음 학기에 어떻게 공부 방법을 개선하고 보완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침울한 며칠을 보내고 나서 우선 로스쿨을 계속 다닐 것인가를 고민했다. 한학기 공부를 해보고 로스쿨이 정말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학업을 중단하고 더 이상의 시간, 금전적 손실을 중단하는 것도 선택지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로스쿨을 계속 다니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공부방법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기로 결심했다.

먼저 시험결과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찾아오라는 교수님들의 오피스아워에는 모두 가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시험 답안에서 빠뜨린 부분, 공부 방법 전반, 더 나아가 유학 생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상담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시험 답안에서 빠뜨린 부분뿐만 아니고 맞게 쓴 부분도 있다는 것을 교수님들한테 확인받게 되면 묘하게도 힘들지만 공부를 한 학기 더 계속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게다가 혹시 내 글쓰기 실력이 로스쿨 공부뿐만 아니고 변호사로서 일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계약법 교수님이 "난 네가 유학생인줄도 몰랐어" 하는 한마디에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새학기 공부를 하면서는 전 학기에 뭉뚱그려 이해했거니 하고 넘어간 부분을, 하나하나 , 기말고사 준비때까지 미루지 않고 수업 전과 수업 후에 가능한 한 내 것으로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매일매일의 공부 목표도 조금 뚜렷해지다보니 전 학기보다 매일매일의 공부 시간은 길어졌지만, 매일매일의 목표달성, 거기서 오는 성취감도 뚜렷해졌다.

과거의 나를 포함한 모범생 로스쿨 학생들에게, 로스쿨 첫학기 학점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어떤 메시지를 얻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뻔하고 상투적인 이야기를 다시한번 해주고 싶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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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빠 2018-01-23 13:18:21
님 짱짱짱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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