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 / ‘이부망천’ 발언에 대한 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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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6) / ‘이부망천’ 발언에 대한 법적 책임
  • 신종범
  • 승인 2018.06.2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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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6.13.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남북 정상회담과 선거일 하루 전 열린 북미 정상회담 등 여당에 유리한 조건에서 선거가 치뤄졌음이 명백하지만,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표의 끊이지 않는 막말, 구시대적인 냉전적 사고방식과 ‘올드보이’들의 공천 등 스스로 자멸한 측면도 크다. 특히, 선거일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고, 그 당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 발언은 여배우 스캔들을 내세워 여당 후보를 어렵게 진흙탕으로 속으로 끌어 들인 자당 후보와 그나마 수도권에서 해 볼만하다는 자당 후보의 발목을 동시에 잡고 말았다.

그가 한 방송에 출연하여 같은 당 인천광역시장 후보를 도와준다며 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데서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저기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워서 올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서울로 온다. 그렇지만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지방을 떠나야 될 사람들은 인천으로 온다” 이 발언은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이라 불리우면서 부천과 인천에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들까지 분노케했다. 그는 이 발언으로 자유한국당을 떠밀려 탈당해야 했고, 자유한국당이 경기와 인천지역에서 큰 표차로 패배한 책임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나아가 법적인 책임까지도 져야할지도 모를 문제가 생겼다. 부천과 인천의 시민들이 그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부천시민이나 인천시민들이 이혼을 하거나 실패를 해서 그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서울에서 살지 못하고, 떠 밀려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한 그의 발언은 부천, 인천시민들의 사회적 평가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그가 부천시, 인천광역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진술한 것으로 그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여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에서 논의되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또는 모욕)’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명예훼손(또는 모욕)은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그 명예를 훼손함(또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한 것임을 요하는데, 직업이나 지역 등 집단을 나타내는 표시를 통하여 그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또는 모욕)하는 경우에 개별 구성원들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00지역 검사들이 수 년간 *** 변호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하였다”고 방송하거나(‘00지역 검사 법조비리 방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여자 아나운서를 하려면 무엇이든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경우(‘강00 변호사 여자 아나운서 비하 발언 형사 사건’)에 00지역 검사들이라는 집단 표시를 통하여 00지역 검사 개개인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여자 아나운서라는 집단 표시를 통하여 여자 아나운서 개개인들을 모욕하였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무한정 이를 인정하다보면, 처벌 범위가 너무 확대되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 법원은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또는 모욕)’에 있어 원칙적으로 그 개별구성원들에 대한 명예훼손(또는 모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명예훼손(또는 모욕)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적 사실(또는 경멸적 감정 표현)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그 정도가 희석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 특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기준으로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 예를 든 ‘00지역 검사 법조비리 방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대법원은 “그 구성원 개개인에 대하여 방송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의 수가 적고(판결문에 따르면 방송 당시 대전지검과 고검에 근무한 검사는 총 31명이었음), 한 달 여에 걸친 집중적인 관련 방송 보도 등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하였지만, ‘강00 변호사 여자 아나운서 비하 발언 형사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그 개별구성원인 피해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당시 이 사건을 고소한 여성 아나운서는 154명이고, 연합회에 등록된 여성 아나운서의 수는 295명에 이르고 있었음)고 하면서 ‘모욕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이부망천’ 발언 당사자에게 법적인 책임이 인정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법적인 책임을 떠나 그와 함께 막말을 일삼은 그가 속했던 정당에 대해 국민들은 선거로서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이기는 정치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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