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법 전문가 취미열전- 백재욱 변호사와 열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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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법 전문가 취미열전- 백재욱 변호사와 열대어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08.16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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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길러 온 열대어,
이젠 공기처럼 익숙해요”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9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백재욱 변호사가 열대어와 함께 지내온 시간은 벌써 30년이 넘었다. 물고기에게 먹이 주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그가 꺼내 온 먹이는 냉동 미꾸라지였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직접 가서 사온 미꾸라지를 해감하고 깨끗이 씻어 비닐에 담아 얼린 거라고 했다. 그야말로 지극 정성.

▲ 백재욱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수조 속 열대어들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 조병희 기자

몇천 원 짜리 구피를 작은 막수조에 담아 기르던 것에서 현재는 큰 수조를 사무실에 한 개, 집에 세 개를 두고 총 50여 마리의 열대어를 기르고 있다. 마리당 300~500만 원짜리도 여럿이다. 백재욱 변호사는 “이제는 대중적인 열대어보다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물고기, 남들이 가지고 있더라도 퀄리티가 훨씬 뛰어난 물고기를 찾게 돼요. 얼마 전에 주문한 가오리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해서 국내에 몇 안 되는 개체인데, 얼른 데려오고 싶네요.”라며 매니아로서의 면모를 드러내 보였다.

▲ 플래티넘 스폿가
▲ 여러 마리의 알텀앤젤과 디스커스

그렇다 보니 그가 거래하는 수족관 사장님도 특별한 어종이 시장에 나오면 그에게 꼭 동영상을 챙겨서 보내준다. 동영상으로 꼼꼼히 살펴본 후 구매의사가 생기면 값을 지불하고 수입을 부탁하는 것이다. 열대어라고 하면 크게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쪽에서 서식하는 어류를 말하는데, 지역에 따라 수질 등 생태환경이 다르다 보니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먼 곳에서 오랜 시간 비행을 통해 들여오므로 예민한 어종의 경우 국내에 들여오자마자 급사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수족관에서는 고객의 열대어가 빠른 시간 내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도록 영양제를 놓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 블랙 다이아몬드 가오리

열대어를 기르다가 웃지 못 할 경험도 했다. 수조 물갈이를 할 때 호스를 연결해 놓고 일정 시간 물을 틀어놓는데, 어느 날 밤늦게 귀가한 백재욱 변호사가 물갈이 도중 깜빡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세 시간쯤이 지난 새벽 두시 경 눈을 떠보니, 방안에 난데없이 안개가 자욱했다. 수조에 물이 넘쳐 이미 방안은 물바다가 된 상태였다. 그 새벽에 백 변호사는 다섯 시간 동안 혼자 물을 퍼내느라 ‘쌩’고생을 했다고.

▲ 홍용
▲ 과배금용

백 변호사는 “물고기를 많이 죽여 본 사람이 잘 기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 역시 수많은 물고기가 죽는 것을 경험했으며 200마리를 주문했다가 일주일 만에 다 죽여 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를 ‘열대어 매니아’로 만든 계기 역시 처음 기른 물고기의 죽음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형으로부터 열대어 구피의 치어 10마리를 받아왔다가 얼마 살지 못하고 다 죽어버리자, 그 충격으로 제대로 열대어 기르기에 나섰다는 그다.

▲ 프론토사 모바

백 변호사가 말했다. “물만 있으면 물고기가 사는 줄 알고 연필꽂이 같은 데다 물을 담아 그 안에 넣고 길렀어요. 물고기들이 다 죽어버린 후에 어머니께 제대로 된 수조를 사 달라고 해서 정식으로 기르기 시작했죠.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했던 4~5년의 기간을 빼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물고기들과 함께 했네요. 이제는 그냥 공기 같아요.”

▲ 알비노 골든디스커스

그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에도 몇 개 가입해 있다. 그러나 아직 법조인 중에서 열대어를 기르는 사람을 만나보지는 못했다고. 백 변호사는 동호회에서 열대어를 기르다가 법적 문제에 휘말린 사람을 대리하기도 했다. 자신의 열대어에게 먹이려고 직접 사료를 만들었다가 남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는데 사료관리법 위반이 된 것이다. 사료관리법은 영리 목적으로 사료를 만들 때에는 일정 시설을 갖춰 관청에 신고하고 성분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자신이 기르는 열대어에게 먹이려고’ 사료를 만든 그 사람은 그런 조치들을 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백 변호사는 그 사건을 대리하여 변론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백재욱 변호사가 '건강'을 가져다 준다는 홍용을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조병희 기자

백재욱 변호사에게 현재 가장 아끼는 열대어가 무엇이냐고 묻자 푸른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프론토사 모바’를 꼽았다. 수명 긴 대형어류에 속하는 프론토사 모바는 벌써 10년 넘게 그와 함께 있었다. “우직하다”는 것이 그의 표현이다. 워낙 튼튼해서 잔병이 없고 제때 밥만 주면 무탈하게 사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예민한 다른 열대어들과 달리 크게 신경 쓸 것이 없어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그가 기르는 십여 마리의 프론토사 모바는 모두 수컷이다. 암컷에 비해 몸집이 크고 이마가 튀어나왔으며 지느러미는 길게 늘어져 있다.

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주술적 의미가 있어 중국의 대부호들이 싹쓸이 해 간다는 과배금용, 암수가 다정히 바닥과 벽면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눈을 즐겁게 하는 블랙 다이아몬드 가오리 역시 기르는 기쁨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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