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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사승인 2018.11.08  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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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찬란한 르네상스 유럽에도 어둠의 순간이 있었다. 1490년대 도미니코 수도회 설교자로 유럽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지롤라모 사보나롤라가 그 주인공이다. 사보나롤라는 무능한 지배층으로 인한 대중의 불만을 파고들며 순식간에 민심을 장악해 종말론적 메시지만으로 대중 혁명을 이끌어 냈고 메디치 가문을 몰아낸 뒤 피렌체 공화국의 사실상의 왕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당시 피렌체의 지배층은 오스만제국과 프랑스로부터 침략을 당할 안보위기 앞에서 우왕좌왕 했고 민중의 이익을 수호해야 할 교회도 기득권 세력의 이익 보호에만 급급했다. 수많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민중의 환멸이 커져 갔지만 피렌체의 지배층은 그들이 영원히 복종할 것이라는 자만심에 사로잡혀 진실을 외면하기만 하였다.

집권한지 4년 만에 공개 처형을 당하면서 사보나롤라의 시대는 막을 내렸으나 무능한 지배층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방치할 때 그 사회는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가연성 가득한 사회가 되고, 그 틈을 타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대중의 불만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장악할 때 그 사회는 끔찍한 대가를 치르고 퇴보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는 그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정치지도자가 정치적 책임을 저버릴 때 그 사회는 전제주의로 들어가는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 빈틈을 노리는 포퓰리즘 아웃사이더는 기성 정치에 반대하며 자신이 국민목소리의 진정한 대변자이고 부패한 기득권 엘리트층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다. 기존의 통치시스템이 기득권층에 의해 독점되고 부패한 가짜 민주주의라고 하면서 기득권층이 가진 권력과 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나 페루의 후지모리가 보여주었듯 그 약속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선출된 독재자의 길을 가기 위한 거짓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희생이 뒤따른다.

이러한 불행한 현상은 골이 깊어진 양극화 현상과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근본원인이다. 문제는 남미나 제3세계에서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나 극단주의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이것이 유행병처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은행 부총재 이언 골먼이 그의 저서 <발견의 시대>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성장이 복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사회의 이익이 골고루 분배되지 못해 계층의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사회적 연대와 유대관계를 구축하는데 실패할 때 우리는 분열한다.

이런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불평등이 증가하면 치러야할 사회적 대가가 커지고 극단적 불평등은 경제적 침체를 불러온다. 기득권층이 편협한 이익에 집착하다가는 위험한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권력을 잡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경제적 양극화와 세대 간 갈등, 이념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도 갈수록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위험사회로 변해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제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 속에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민생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와 노조의 고용세습 논란은 공정한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고 사법농단 수사에서 보여주고 있는 법원의 적나라한 모습은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신뢰마저 무너뜨렸다.

정치적 메시아를 기다려 보지만 우리가 탄 배에 그런 유능한 선장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 있다. 배에는 오직 우리만 있고 스스로 항해사가 되어 험난한 미지의 바다를 함께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광장에 세워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이러한 운명에 맞서 담대한 용기로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체념과 실망은 우리의 몫이 아님을 믿자. 더 포용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용기 있게 행동할 때 운명의 신은 반드시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김종민 desk@lec.co.kr

<저작권자 © 법률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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