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LAW & JUSTICE] 이은경의 HEAL THE WORLD- 공칠과삼(功七過三)

기사승인 2018.12.07  22:52:47

공유
default_news_ad1
   











이은경 변호사
법무법인 산지 대표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기 정부 출범을 맞이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당대표도 경제를 위해 적폐청산을 적당히 하려는 건 "어불성설"이라 일축하고, 특히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마저 국정농단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고 일갈했다 한다.

국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또다시 적폐청산이 등장했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라 하니 청산대상임이 분명하다. 헌데, 문제는 청산의 목적이 미래지향적이고, 방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거다. 어느 시대 어느 정권이건 공과(功過)는 있기 마련이고, 과(過)를 둘러싼 적폐의 평가는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에 대해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 평가한 건 참으로 유명한 일화다. 사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등으로 수천만 명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엄정한 단죄도 부족한 판에 공칠과삼이라 치켜세우다니, 역사에 길이 남을 커다란 적폐(積弊)마저 공이 크다는 이유로 두 눈을 질끈 감아 준 거다.

헌데, 유독 대한민국은 지도자의 과(過)는 크게 보고, 공(功)은 묻어 두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이해찬 대표의 묘역 참배로 잠시나마 세간의 조명을 받은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도 그렇다. 이승만의 공(功)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굳게 붙들고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점이다. 6. 25 당시에도 휴전을 고집스레 반대, 한미동맹을 끈질기게 주창해온 덕에 오늘 이 나라의 기반을 세웠다. 허나, 건국 대통령의 공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은가.

지금 대한민국은 공칠과삼(功七過三)이든 과칠공삼(過七功三)이든 간에 우적이론(友敵理論)을 극복하는 보다 전체적인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내편은 지나치게 미화하고, 상대편은 형편없이 폄훼하고 있지 않은가. 이젠 국민들도 편 가르기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제발 적폐에 대한 평가기준부터 달리 정했으면 좋겠다. 법치의 기본마저 흔들리는 느낌이랄까. 형평성을 결여한 채 감성에만 호소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 먼저, 사람과 죄를 분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봄이 어떨까. 늘상 부닥치는 진실은 무릇 인간이란 크든 작든 과(過)를 지닐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거다. 누구라도 공과(功過)를 겸할 수밖에 없다. 헌데, 지금 세태는 누군가를 적폐대상으로 삼는 순간, 오로지 과(過) 한 가지만 떠들어댄다. 게다가 사람과 죄를 완전히 동일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저 돌팔매질과 비아냥거림뿐이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금언(金言)도 사문(死文)이 된지 오래다.

오늘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건 적폐청산 한가지만이 아니다. 외려 도를 넘고 있는 갈등과 분열부터 진정시켜야 한다. 정쟁과 반목으로 나라의 구심력마저 흩뜨려 놓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닌가. 적폐청산이란 미명이 이 나라의 미래까지 담보 잡지는 못하게 해야 한다. 그뿐인가. 휘몰아치는 적폐몰이의 바람은 선거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교체마저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정권상실이 바로 숙청대상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순간, 누구인들 한번 쥔 권력을 놓으려 하겠는가. 죽고살기 식 정쟁의 한복판으로 나라의 운명을 몰아갈 수도 있다.

특히 법조인들이 법과 양심이란 헌법정신을 깊이 숙고할 때다. 무엇보다 정치권력과 언론동향에 초연함을 보여야 한다. 최근 적폐청산의 미명하에 진행 중인 각종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법의 잣대라는 게 무언지 의구심이 드는 게 적지 않다. 또 한 가지, 요새 급물살을 타고 있는 소위 사법부에 대한 적폐청산은 훗날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 개인과 기관도 철저히 분리함이 마땅하다. 인권과 정의의 보루, 그것도 최후로 기댈 곳이라는 사법부마저 국정의 최전선에서 농단을 부린 주체로 간주해 버린다면, 도대체 재판은 무슨 권위로, 어떤 방법으로 수행하란 건가. 정녕 공과를 같이 아우를 수 없단 말인가.

이은경 desk@lec.co.kr

<저작권자 © 법률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26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