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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8년 법무사시험 최연소 합격자 이은상씨 “수험은 알을 깨기 위한 투쟁”

기사승인 2018.12.20  10: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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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법무사시험 최연소 합격 이은상씨
경기고등학교 졸업/한양대 경영학과 재학



“막막한 순간, 큰 세계를 만나기 위한 투쟁 중이라고 생각”
‘단거리 선수 기질’의 약점, ‘선택과 집중’ 공부법으로 극복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공부를 하다 정신적으로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 때면 종종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고, 알은 세계이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자는 자신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고. 앞이 막막하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감마저 사라질 때는 지금 나는 알에서 나가 더 큰 세계를 만나기 위해 투쟁하는 중이라는 걸 떠올렸습니다.”

2018년 제24회 법무사시험 최연소 합격자 이은상씨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막막한 수험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였다.

마침내 알을 깨고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최연소 합격이라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 취하고 들뜨기 보다 더 세심하게, 더 멀리 바라보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먼저 시험에 합격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다. 하지만 최연소라는 타이틀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으려 한다. 오히려 최연소 합격이라는 건 제일 부족하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성실하게, 더 오랫동안 준비해 온 끝에 합격의 기쁨을 맞은 분들이 더 많다는 걸 잘 안다. 더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살아가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스물여섯의 이은상씨는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 진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로스쿨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경로를 탐색하던 중 법무사에 대해 알게 됐고 매력을 느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법무사시험은 방대한 분량과 높은 난도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시험 중 하나다. 그럼에도 경험을 통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씨는 도전에 겁먹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1, 2학년 때는 학업에 큰 재미를 붙이지 못하다가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성적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어서 짧은 시간 안에 달리는 단거리 경주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자신감이 흔들렸던 것은 1차에 합격하고 2차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 법무사 2차시험은 서술형이다. 입시를 통해 얻은 객관식 노하우가 전혀 통하지 않음을 절감하면서 공부가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부담도 되고 두려움도 많이 느꼈다고.

다행히 이씨의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이씨의 수험기간은 총 2년 3개월. 법무사시험의 적은 선발규모와 높은 난도를 고려하면 상당히 짧은 기간 내에 최종합격을 이뤘다. 그는 단거리 선수 기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사실 법무사시험은 ‘마라톤 선수’에게 적합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최종합격에 이르는 과정에서 단거리 선수 기질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고 약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했다.

이씨는 “1차시험은 철저하게 객관식을 위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학원 강의를 듣고 당일 배운 부분을 독서실에서 복습했다. 다음날에는 전날 공부한 부분을 빠르게 읽은 후 그날 배운 부분을 다시 복습하는 식으로 1순환을 기준으로 3회독을 했다.

한 과목을 끝내고 다음 과목 학원 강의가 시작되면 앞서 끝낸 과목의 객관식 문제집을 풀었다. 그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한 문제당 20초를 기준으로 풀었다. 모르는 문제는 오래 붙들고 있기 보다는 풀지 않은 채로 두고 오답처리를 한 후 답만 확인했다. 다음 풀이 때는 오답만 다시 풀고, 다시 틀리면 답을 확인하고 옆에 틀린 이유를 간단히 적어뒀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1차 준비기간 내내 객관식 문제집을 봤다. 최종적으로 상업등기법과 가등법을 제외하고는 객관식 문제집만 과목당 3회씩 풀고 9번을 읽을 수 있었다. 그 결과 3순환 때는 문제만 읽고 1번 지문을 읽으면 나머지 지문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되는 정도로 법무사시험의 객관식 유형에 숙달될 수 있었다.

1차시험에서 가장 힘들었던 과목으로는 가등법과 상업등기법을 꼽았다. 그는 이들 과목을 ‘계륵’이라고 표현했다. 배점이 크지도 않은데 공부할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적잖게 받았지만 법무사시험은 수능과 같은 줄 세우기 시험이 아니고 어느 정도의 커트라인을 넘기면 합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과 2차에서도 중요한 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그냥 시원하게 찍었다. 대신 잘하는, 그리고 중요한 과목에만 집중했는데 이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1차에서 평균 85.5점의 높은 점수를 얻은 것.

그러나 1차에서 고득점을 획득한 것은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이씨는 “부끄럽지만 2차 때는 1차시험만큼 치열하게 공부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1차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자만심과 나태함에 젖게 됐고 여기에 ‘단거리 선수 기질’이 더해지면서 동차기간과 예비순환기간까지 5개월가량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는 “막상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려고 하니 1순환부터 남은 기간 안에 1차와 같이 기본서 정독법으로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돌아보며 생각해도 정독법만한 공부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독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는 중요 쟁점 위주로 공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씨는 “2차시험 문제와 학원들의 모의고사를 전부 뽑아서 취합해 보니 모의고사와 중요 쟁점만 어느 정도 대비한다면 합격선은 넘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고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나에게 불의타는 모두에게 불의타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본서는 1순환 이후로 전부를 정독하지는 않았고 변호사모의시험과 변호사시험 기출, 법원행시 기출, 학원 모의고사에 나온 쟁점들만 발췌독하는 식으로 활용했다. 학원에서 나온 쟁점들은 모두 흡수해서 외우려고 했다.

2차시험 과목 중에서는 부동산등기법에서 가장 애를 먹었다. 부동산등기서류의 경우 1차시험 기간 중에도 작성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지만 부등법은 예상문제도 중요쟁점도 추릴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 기분에 처음에는 분노까지 느끼며 공부했다고.

때문에 부동산등기법에서만큼은 시간부족으로 포기했던 정독법을 유지했다. 기본서를 정독하면서 쟁점별로 분설된 교재를 강의 수 기준으로 페이지를 나눠 읽었다. 그리도 당일 본 쟁점을 기준으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목차만 외워서 A4 종이에 쓰고 자는 버릇을 들였다. 그는 “목차만 쓰면 20분이면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방법이 정말 유용했던 것 같다. 부동산등기법을 총 15회독은 넘게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암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시험장에서는 손이 먼저 목차를 쓰고 정말 이미지 파일이 펼쳐지듯 내용을 서술할 수 있었다”고 공부 노하우를 전했다.

매일 목차를 외워 쓰는 연습을 할 만큼 목차잡기는 이씨가 답안작성에서 중요시한 부분이다. 그는 법무사시험은 물론이고 변호사시험과 법원행시 등 여러 시험에서 활용되는 사례형 교재를 보며 목차에 대한 감을 잡으려고 했다. 초기에는 감이 잘 안 잡혀서 학원 모의고사의 목차를 그대로 외우려고 했고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 나서는 모범답안에서 목차와 서술 순서도 수정하고 내용을 가감하거나 용어를 바꾸면서 자신만의 답안으로 만들어나갔다. 이씨는 “실제 시험에서도 목차를 세세하진 않더라도 채점자가 봤을 때 어느 방향으로 서술하려는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수험 과정을 듣다보니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실제로 그가 최연소 합격의 비결로 꼽은 것도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씨는 “백 명의 합격자가 있으면 백 개의 공부법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내 공부법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자격시험에서의 합격 여부는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내 경우 비록 2차는 자의적인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도피성 선택과 집중이었지만 1차와 2차 모두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아우르기 보다는 중요 쟁점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있다면 불의타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무사시험과 같이 수년간의 수험생활을 견뎌야 하는 시험은 공부 방법 못지않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씨의 경우 ‘잊혀진다는 느낌’이 가장 힘들었다.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고 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느낌이 들 때 이씨는 하던 공부를 놓아두고 잤다. 그는 “조금 특이한 방법이지만 체질상 잠이 부족한 날은 이런 생각이 많이 들고 잠을 푹 잔 날은 우울한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다”고 말했다.

1차 때는 학원 실강을 따라가느라 잠이 안오는 날에는 ‘빨리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는데’ 하는 생각에 뒤척이며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잠이 부족해져 다음날 컨디션도 무너졌는데 인강을 들었던 2차에서는 기상시간, 취짐시간, 수면시간 아무 것도 정해두지 않고 알람도 두지 않고 컨디션에 맞춰 생활을 했더니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았다며 ‘충분한 수면’을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꼽았다.

자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투쟁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불안함에 대한 경험은 그가 겪었던 감정을 느끼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됐다. 그는 “어쨌든 이 길에는 끝이 있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지금 이 순간에도 정직하게 나아가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정직한 노력이 지닌 힘을 믿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진심이 담긴 응원을 전했다.

이제 알을 깨고 나왔고 수많은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됐다. 그는 “아직 세부적인 진로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공부를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싶다”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더 커다란 세계를 만나려는 그의 투쟁을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해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먼저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저를 전적으로 믿고 제 선택을 응원해주시는 사랑하는 부모님, 늘 저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준 보라 누나와 친동생같이 챙겨주는 매형 지훈이형, 사랑스런 조카 재이, 그리고 오늘도 KBS 9시 뉴스에서 온 국민에게 날씨를 전해주는 기상캐스터 세라누나 모두 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GDAC멤버들과 믿고 응원해줬던 친구들, 특히 희창이에게 고맙다고, 해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스터디파트너가 되어주고 함께 합격의 기쁨을 맞은 민준이형에게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함께 건내고 싶습니다. ”

 

 

안혜성 기자 elvy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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