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 : 베트남 개최는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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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 : 베트남 개최는 어떤 의미일까?
  • 신희섭
  • 승인 2019.02.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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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차 북미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낙관론, 회의론, 신중론들이 오간다. 2차 회담. 1박 2일의 양자회담. 베트남 하노이 회담장. 각각 낙관론으로 또는 회의론으로도 해석된다. 입장은 다르지만 ‘예측과 확인’ 또는 ‘희망과 우려’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궁금하게 한다.

상황을 정확히 보려면 “이번에는 다르겠지”의 낙관론이나 “지난번과 차이가 있을까”의 비관론에서 조금 비켜설 필요가 있다. 낮은 결과예측가능성과 미심쩍은 이행신뢰도로 이번 정상회담 예측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상황조건들은 그럴싸한 현실 설명과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 관심의 값어치는 있다.

관심을 가진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가장 단순한 시작은 ‘어디서 개최 되는가’이다. 다른 문제들은 그 다음이다. 우선 단순하게 시작해보자. 지정학이라는 분석틀을 가지고.

왜 회담장소로 베트남이 선택되었을까? 그런데 여기서 잠깐. 원인분석에 앞서 장소선정은 몇 가지 결과를 예측하게 한다. 첫째, 이번 회담에서 매우 획기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을 것 같다. 만약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종결지을 수 있는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면 제3국인 베트남은 아니다. 역사적 ‘하노이 선언!’이라. 평양선언이나 워싱턴선언 대신에. 글쎄.

둘째, 차기 정상회담들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이번 회담이후에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방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이는 다자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이때 최종 합의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비싸게 ‘비핵화’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시한도 작동한다. 2020년 미국 대선과 북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종결은 현재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좀 더 길게 끌어야 할 유인이 된다. 물론 미국국내정치에서 북한문제해결이 국경장벽설치나 베네수엘라 난민 문제보다 그리고 이란과의 핵협상 파국보다 더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왜 베트남이고 왜 하노이일까? 1차 정상회담 장소가 제 3국인 싱가포르였으니 2차 정상회담 개최가 제 3국인 베트남이라도 부담은 적었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 중 어느 쪽이 먼저 베트남 카드를 내밀었는지는 현재 알기 어렵다. 다만 맥락상 북한이 먼저 제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나온 해석은 북한이 구체적 장소로 하노이를 고집했고 미국이 다음을 위해 양보했다는 것이다.

국가로서 베트남이 선정된 이유에 대한 분석은 차고 넘친다. 북한과 가까운 거리와 접근성. 미국과 북한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 도이모이로 대표되는 베트남 경제발전의 상징성이 대표적인 이유들이다.

그런데 역사에선 걸리는 부분도 있다. 베트남은 미국에 패배를 안긴 유일한 국가이다. 북베트남은 사회주의이념 아래 남베트남을 흡수통일 했다. 냉전시기 자유민주주의를 가장 괴롭히는 대목이다. 개인 역사도 불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진단서를 내고 베트남전쟁 징집을 기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혹시 미국이 많이 급한가!

미국의 협상전략 입장에선 유용한 부분도 있다. 포스트 차이나 국가 1순위라는 베트남의 놀라운 경제발전속도. 이런 결과가 도이모이 정책 자체 보다 미국의 베트남 제재 해제와 투자허가에 기초했다는 점. 사회주의정치체제와 자본주의경제체제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입증. 게다가 중국처럼 대국이 아니라서 현실적인 중국의 대안일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회담장소로 하노이가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베트남의 지정학 조건을 알면 좋다. 지리적으로 베트남은 위도 8도에서 23도에 걸쳐있다. 국가 모양은 S자 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일직선으로 하면 1650km정도 길이가 되고 해안선은 3200km이상 되는 제법 긴 국가이다. 종족(ethnie)구성은 주종족인 낑(kinh)족과 53개 다른 부족들로 이루어져있다. 전통적으로 소규모 농업위주의 사회이다. 기후와 농업 때문에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든 촌락(베트남어로 랑 Lang)을 중심으로 국가를 구성한 촌락공동체 국가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베트남은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와 다낭을 중심으로 한 ‘중부’ 그리고 호치민(과거 사이공)을 중심으로 한 ‘남부’가 각기 다른 문화와 조금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지정학배경에서 북한이 하노이를 고집한 이유는 명확하다. 베트남 북부도시라 북한에서 거리가 가깝다. 북베트남의 수도이다. 그리고 북한 대사관이 있다.

여기에 약간의 해석을 덧붙일 수도 있다. B.C. 2세기 초 베트남이 한족의 지배를 당한 이후 A.D. 938년 응오 꿴(Ngo Quyen)이 중국의 베트남 지배를 종식시켰고 그 뒤 딩 보 링(Ding Bo Linh)이 독립왕국을 세웠다. 이때부터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가 되었다. 그래서 2009년 12월 베트남은 하노이 천도 1000주년 기념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이것이 북한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북한은 사회주의 계급관의 역사해석과 민족주의 역사해석을 가지고 있다. 민족주의 관점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한반도 역사의 주체라고 생각한다. 즉 평양이 단군조선시대부터 수도였고 ‘대동강문화’의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고구려에서 고려 그리고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에서도 여전히 역사의 중심은 평양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노이는 역사적 정통성이란 상징성을 평양과 공유한다. 북한이 주장하듯 미국에 패배하지 않은 국가의 수도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하노이와 평양은 도플갱어(doppelganger)수준이다.

‘과거’ 북한 공군의 베트남전 참전이나 1950년대와 1960년대 두 차례에 걸친 김일성의 방문은 사회주의 맹방으로서 양자 사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현재’적인 여지를 가진다. 그러면 베트남과 하노이 선택은 북한에게 좋기만 할까?

아니, 베트남은 북한에게 부담스러운 선택이기도 하다. 지정학은 그렇게 이야기 한다. 특히 중국을 고려하면 그렇다.

베트남과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관계가 나빴고 지금도 나쁘다. 1000년 이상의 지배와 A. D. 938년 독립이후 원, 명, 청의 공격이 있었다. 또한 미국과 베트남전쟁을 하던 1974년, 중국은 베트남의 영토였던 시사군도(파라셀 아일랜드)를 점령했고 현재까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이후 1979년 중국은 베트남에 대해 보복하였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해군력확장은 중국이 단지 과거만의 위협 아닐 뿐 아니라 그 과거의 위협마저 소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경유 없이 혹은 중국과 사전조율 없이 베트남 행을 선택하긴 어렵다. 이런 행동은 중국을 버리고 베트남을 추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중국 지원 없이 미국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열 받은 중국이 북한을 버리면 지금 북한은 끝이다. 여기에 북한의 딜레마가 있다. 베트남을 선택했지만 베트남으로 향하지 못하는. 이번 정상회담이 복잡한 이유 중 하나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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