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스쿨 10년, 법학교육 정상화 방안

기사승인 2019.04.10  16:26:44

공유
default_news_ad1

장형식 법학석사

1. 로스쿨과 함께 사라진 법학교육

마음껏 누리고 늦가을 찬바람에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져야 할 인생이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삭막한 시멘트 고층빌딩 위에서 바위섬을 향해 부서지는 파도처럼 대지를 향해 부서졌다(2018. 7. 10.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이 로스쿨 주무관청인 법무부 과천정부청사 인근 그레이스 호텔에서 투신). 하지만 고비용·저효율의 로스쿨을 만들고도 그동안 서민장학금 잘 돼 있으니 사법시험보다 훨씬 좋은 제도라고 선전하면서 로스쿨 안착을 기다리자고 하셨던 분들은 지금까지 유가족에게 사과나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교육부에서 만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한나라당의 개정 사립학교법 재개정법률안을 맞바꿔서 2007년 7월 3일 임시국회 폐회 3분 전인 한밤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켜 들여온 것이 로스쿨이다.

그 후 기회독점적이고 비정상적인 로스쿨로 인해 온갖 문제들이 드러났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실권을 쥐고 있던 민주당에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지렛대로 로스쿨법 및 변호사시험법 개정 법률안들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원천봉쇄하면서 오늘날 로스쿨은 대학입시 수시모집과 함께 음서제를 넘어 21세기형 골품제로 자리 잡았다.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 등 위헌확인 사건(2012헌마1002 등)에 대해 2016년 9월 29일에 5(합헌의견):4(위헌의견)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재판관 4인의 위헌판단으로 위헌성이 짙지만 위헌결정 정족수 미달로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사법시험 폐지가 9년간의 사법시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 신뢰원칙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 정작 광복 이후 70년 넘게 법조인 직업의 자유를 누려온 서민들의 사법시험 유지에 대한 신뢰에 대해서는 판단누락을 했으므로, 일반 민사소송과 달리 직권주의가 적용되는 헌법소송상, 생업에 바빠 미처 헌법소원을 못 낸 서민들의 기본권 침해 여부도 당연히 심판대상이어서 위 헌재의 합헌결정에는 중대한 판단누락이라는 재심사유가 있다. 헌재 결정례에 따르면 법령헌법소원에는 재심이 허용되지 않지만, 이는 법적안정성, 곧 신뢰의 보호에 근거한 것이므로, 인구수를 기준으로 할 때, 서민들의 사법시험 유지에 대한 신뢰의 크기가 로스쿨 관계자들의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신뢰의 크기에 비해 적어도 1,000배는 되기 때문에 본 사안의 재심허용에 대한 법적안정성의 크기 또한 이에 비례할 것이므로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이처럼 가까스로 합헌결정이 내려지면 국회가 알아서 개정하는 관행도 지켜지지 않았다.

로스쿨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 사법시험 폐지로 등대가 사라져 법학은 갈 길을 잃고 사그라지고 있는데, 정작 법대를 없앤 로스쿨에선 법실무교육마저 사법연수원 시절보다 급격히 부실해진 게 현실이다.

로스쿨 도입 당시에 이미 우려했던 일이지만 법학 공교육 전체 규모와 기간의 대폭 축소로 교육내용이 부실해져 법치와 민주주의에 닥친 위험이나 로스쿨 졸업생의 투신 등 현실은 잔혹하다. 시험 대신 교육으로 법조인을 기르겠다고 들여온 지 10년 만에 로스쿨은 사라지고 학원만 남았다. 교수는 학원 강사로 둔갑하고 대학원생들은 시험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 입학 전 선행학습에서 시작해서 변호사시험 합격통보를 받는 그 날까지 한번 삐끗하면 천길만길 낭떠러지다. 로스쿨 10년에 법학교육은 사라지고 변호사시험만 남았다.

그런데도 로스쿨 안착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던 분들에게 로스쿨의 근본적인 개선은 여전히 턱도 없는 소리일 뿐이고, 최일선에 서있는 로스쿨 교수들마저 코앞의 변호사시험에 자신의 모든 걸 건 로스쿨생들 눈치만 살피고 있다.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독점하여 법조인 신분세습의 통로가 된 로스쿨에서 입학생 대비 75% 기준을 적용한, 응시생 대비 약 50% 합격률이 낮다고 로스쿨생들은 응시생 대비 75% 이상을 주장하고, 전국 25개 로스쿨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변호사시험 주무관청인 법무부에 합격률을 응시생 대비 60% 이상으로 올려주지 않을 거면 시험관리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 사진은 2016년 5월 4일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국회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촉구하며 법서를 태우는 분서갱유 퍼포먼서에서 법학서적들이 널려있다. / 법률저널 자료사진

사실, 로스쿨 수업을 듣는다고 수업내용이 컴퓨터에 데이터 입력되듯 학생들 머릿속에 입력되는 것도 아닌데 변호사자격증을 민방위교육 참가증처럼 생각하는 로스쿨 관계자들이나 그동안 공인의 지위를 망각하고 종족보존 본능에 충실했던 국회의원, 로스쿨 교수 등 정·관·학·법조계 기득권(旣得圈)의 몰염치한 개인 일탈을 탓하기보다는, 교육기회 균등을 통한 희망양극화(희망격차) 해소 및 법치강국 실현이라는 국익이나 서민들의 기본권(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이 본능에 무방비인 채 내맡겨진 문제투성의 제도인 로스쿨을 도입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미 우려했던 온갖 악폐가 드러나는데도 오직 로스쿨 안착만을 고집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탓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무부장 직무보다 본능에 충실했던 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의 몰염치를 탓하기에 앞서 본능에 무방비로 내맡겨진 몰상식한 수시모집 제도로 대학 신입생의 약 80%를 뽑는 교육부와 대학 당국을 탓해야 한다. 일본 동경대는 서울대에서 수집해 간 수시모집 관련 자료를 검토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다. 세계 정상을 다투던 우리 중고등학생들의 학력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수학포기자가 늘어난 건 근래 대입 수시모집 대폭 확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21세기형 골품제 로스쿨을 둘러싸고 지난 10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및 화려했던 지난날은 어둠 속에 묻은 채, 이제 어용관변단체로 전락한 참여연대·민변이 되풀이하는 앵무새 합창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멀쩡한 사람을 죽음(투신, 자살, 수험기간 중 암 투병 사망 등)으로 내몰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게 만드는 돌연변이 로스쿨을 통해 자칭 양심(?)세력들이 시험 대신 추천으로 쉽게 법조계로 진출해 사법권 장악이라는 파당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되지도 않고 납득할 수도 없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인가 대학의 법대 폐지로 법학교육이 부실해져 법치가 무너지고, 서민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잃더라도 로스쿨은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천이 시험을 대신하고 돈과 배경이 실력을 대신하여 기득권이 자유경쟁 없이 좋은 자리를 독점·대물림하면 국내에선 통할지 몰라도, 오늘날 인터넷과 동영상을 통해 국경 없이 시공을 넘나들며 만인이 만인과 무한 경쟁하는, 국제소송이 다반사인 세계무대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법학부를 유지하는 일본은 법학이론·실무교육기간이 6년(기수자의 경우, 미수자도 이들과 경쟁)인데 비해 로스쿨 인가 대학의 법대를 없앤 우린 3년이다.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인 미국처럼 그때그때 사안에 맞는 합리적 해결책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판례중심 법체계라면 합리적 사고 훈련과정인 비법학 전공교육도 법학교육 예비과정이 될 수 있지만, 우리처럼 직관을 중시하는 문화에 맞게 일상거래의 모든 경우를 분석, 일반화·추상화하여 규정한 법전중심 법체계를 갖는 나라 가운데 단 3년에 법학이론·실무교육을 끝내는 무모한 교육제도를 갖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미국처럼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고 아는 법을 가르치는 나라와 우리처럼 척 보고 아는 법을 가르치는 나라의 교육기간은 다를 수밖에 없는 데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3년 날림교육으론 6년 동안 제대로 가르치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법체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전중심의 우리 법체계와 안 맞게 대학원에 개설한 교육과정 탓에 총 공교육 기간은 늘어났지만 법학교육 기간은 반토막나서 상당수 학생들이 법조문과 판례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고비용·저효율의 로스쿨을 고발하기 위해 졸업생이 투신할 지경인데도 근본적인 제도개선은 미룬 채, 서울대 로스쿨처럼 날림교육 소화불량 졸업생의 취업난을 채점 포기로 해결하려는 근시안과 “재시(再試) 합격률은 80%가 넘는다.”는 취지의 말로 로스쿨 인기하락을 막아보려는 법무부 장관의 문제 인식은 빛나는 청춘들의 애꿎은 희생만 부를 뿐이다. 기회독점적이고 비정상적인 법학교육구조의 근본적인 수술 없이 국고로 장학금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서민들이 수시모집이 80%나 되는 대학입시에서 살 떨리는 20% 정시모집의 문턱을 넘어 명문대 학력을 쌓고, 집안 배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쌓기 힘든 화려한 이력을 갖춰서 로스쿨에 들어가기가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처럼 어렵게 된 지금, 첩첩이 장벽을 두른 철옹성 로스쿨에 서민장학금이 늘어난들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최근 로스쿨교육 정상화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변호사시험에 합격은 했지만 그사이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고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로스쿨출신 상당수 변호사들의 어려운 형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로스쿨 졸업 후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에서 임원을 지낸 한 변호사에 따르면 로스쿨 입학 후 변호사시험 5회 응시제한에 걸릴 때까지 7년 간 드는 비용이 약 3억 5천만 원이라고 한다. 사법시험은 도박이라고 로스쿨을 옹호하는 분도 있지만,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험비용이나 법조계에 화려한 인맥이 없는 서민자녀들이 천신만고 끝에 변호사시험을 통과해도 그 후가 더 막막한 현실을 볼 때, 사법시험이 100원 짜리 술값내기 고스톱이면 로스쿨은 땅문서가 오가는 노름판이다. 서민들이 멋모르고 끼었다가 밑천이 모자라 본전도 못 찾고, 한 번 삐끗하면 평생 오금도 못 펴고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죽어나가기도 하는 진정한 노름판이 로스쿨일지도 모른다.

2. 법학교육 정상화 방안

지난 7년 간 해마다 1,500명 이상의 변호사자격증을 가진 로스쿨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 법조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은 지 오래고,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 활동 둔화로 일거리가 줄어든 탓인지 대형로펌마저 여느 중소기업 마냥 임금체불을 걱정할 지경이 되었지만, 한편에선 체계적으로 법학지식을 익힌 학부졸업생 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 또한 시급하다.

정원이 40명, 50명부터 150명에 이르는 전국 25개 로스쿨에 상당한 국고를 쏟아 붓고 있지만 사법연수원에 비해 제대로 된 법실무교육이 인적·물적인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점은 외면한 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로스쿨생, 로스쿨협의회 모두 나서서 변호사시험 합격률만 높이면 로스쿨교육이 정상화될 것처럼 주장한다. 변호사시험 첫해에 로스쿨 입학생 대비 75% 합격률을 80%로 올려달라던 로스쿨협의회는 응시생 대비 합격률이 60%가 넘었던 3년 전 로스쿨교육이 어땠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응시생 대비 합격률 약 50%에서 10%만 올리면 법학교육이 되살아날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오늘의 비극은 법학 공교육 전체 규모와 기간을 대폭 줄이고, 사법연수원 실무교육을 25개 로스쿨로 쪼개서 생긴 문제이므로 다시 줄인 건 늘리고 쪼갠 건 합쳐야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차라리 국고와 각 대학의 예산을 갉아먹는 애물단지 로스쿨의 실무교육을 하버드 로스쿨보다 낫다는 사법연수원 하나로 통폐합하면 규모의 경제가 살아나 학비를 안 받아도 지금보다 국고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내용도 알차게 채울 수 있다. 현 로스쿨은 법대처럼 법학이론을 중심으로 가르치면 부족했던 총 법학교육 기간이 늘어나 학생들 공부시간이 넉넉해진다.

또한 로스쿨 인가 대학의 폐지된 법대를 되살려 법학교육을 폭넓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 법치시대인 오늘날 공공기관, 공기업이나 회사는 체계적으로 법학지식을 익힌 신입직원의 수요가 많고, 각종 국가고시에서는 헌법 등 법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전국 25개 로스쿨 인가 대학은 법대를 둘 수 없어서 법학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대학원 과정인 로스쿨 수업이 일반 학부생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아 수험생들은 혼자 배우거나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로스쿨이 망국적폐가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학문의 전당을 학점의 전당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졸업생 진로 편의를 위해 학점 부풀리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로스쿨 진학을 위해 학점사냥에만 목을 매고 정작 대학의 생명인 전공 분야의 창의력 개발은 뒷전이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아닌, 전문지식을 얻기 위한 기초지식을 겨우 익힌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전문분야 개척에 승부를 걸기보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로스쿨로 몰려가면 우리 경제의 잠재적 성장 동력이 약화되어 우리의 미래 또한 암울하다. 전문지식을 갖춘 변호사를 만들려면 학부졸업생이 아니라 전문분야에서 제대로 실무를 익힌 전문가에게 법학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법조인의 전문화·국제화, 지역균형개발이 로스쿨 도입취지였다. 하지만 사법시험이 지역 불균형개발의 원인이 아닌 데도, 앞선 정부가 애써 가꾼 공공기관·공기업을 선거대책용으로 선심 쓰듯 지역별로 나눠 준 것처럼, 사법시험과 로스쿨 인가 대학의 법대를 없애고 로스쿨을 만들어 폼 나는 변호사자격증을 지역별로 나눠준다고 지역균형개발이 될 리 없다. 사법시험 합격생의 출신고교별 인구분포를 보면 사시만큼 지역인구와 비례하는 제도도 찾기 어렵다. 법조인을 전문화하려면 학부졸업생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데려다 법학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체계적인 법학지식 없이 영어점수만 높다고 법조인이 국제화될 리도 없다.

금수저가 서민장학금 받고 다니고 날림교육을 소화 못하는 학생들의 취업 걱정에 채점마저 포기한 변호사시험 준비학원(?)에서 법학의 고사(枯死)를 기다리지 말고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일반 민·형사사건이 80%를 훨씬 넘는다. 법조전문화를 위한 로스쿨은 기술사·의사·한의사·약사·회계사·변리사·박사 등 전문자격증 취득 후 실무수련을 거친 전문가로 입학자격을 제한하고 변호사시험으로 새 법조인의 20%를 충원하며, 대학 캠퍼스의 사법시험 수험장화를 막기 위해 5년제 법대에서 복수(이중)·부전공을 의무화하여 전문법조인 소양을 쌓은 법학전공자 중에서 사법시험으로 80%를 충원해야 한다. 변호사시험이든 사법시험이든 1년에 2회 이상 실시하여 응시생들이 최대한 단축된 수험기간 동안 자신의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게 하고, 응시횟수 제한은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법조직업의 자유 보장을 위해 법학비전공자의 사법시험 응시제한은 기존 비전공자가 응시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 때까지 유예기간을 두며, 법학과로 전과·편입 문턱을 낮추고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개선·활성화해야 한다. 로스쿨·법대에선 법학이론교육에 충실하고 실무는 변호사시험·사법시험합격생이 함께 사법연수원에 모여 2년간 배운다. 법조인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미국 로스쿨) 체제를 갖는 로스쿨을 고등법원 권역별로 1개 이상씩 설치하여 현직법조인의 외국 변호사 자격취득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시험 탈락자는 본래 전문영역의 생업엔 지장 없고, 사법시험 탈락자는 복수(이중)·부전공을 살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도 있으므로 시험낭인 문제는 안 생긴다.

3. 맺음말

로스쿨을 도입한 2007년 이후 10여 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무섭도록 빠르게 신분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학입시 수시모집이 무려 80%나 차지함에 따라 미래 고소득의 원천인 양질의 고등교육 기회가 수험생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집안배경에 따라 좌우되어 기득권의 명문대 학력세습은 현실이 되었고 사법시험 폐지, 5급 공채(행정고시) 축소 움직임 및 노동조합을 통한 좋은 일자리 변칙세습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미래 소득의 원천인 교육기회의 불균등으로 희망양극화(희망격차)가 심해져서 적게 가진 사람들은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실, ‘자유(自由, freedom, liberty)’라는 말은 서양문명의 산물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개인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누릴) 수 있는 상태,’ 곧 ‘자유’를 누리는 주체(개인)의 수와 그 자유의 질과 양을 늘려오면서, 타고난 신분에 따라 일생의 삶이 정해지던 신분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그의 삶이 결정되는 계약사회로 거듭났다. 전체에 대한 직관에 익숙한 우리 동양문명에서는 개인이 누리는 자유를 공동체 구성원 개인의 관점보다는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 파악하였다(그러다보니 서양과 달리 ‘누구나 고르게 누리는’ 평등과 ‘마음껏 누리는’ 자유의 개념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고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은 구체적으로 특정된 개인의 자유를 늘린다기보다는 공동체 전체의 자유의 총량 또는 개개 구성원 일반에게 돌아갈 몫인 자유를 늘려서 개개 구성원들이 좀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 아닐까?

많이 누릴 수 있는 사람의 적게 누리는 사람에 대한 배려의 관념인 ‘인(仁; 惻隱之心(측은지심), 克己復禮(극기복례, 사욕(私慾)을 이기고 예로 돌아감))’이나 ‘예(禮; 辭讓之心(사양지심))’는 서양의 ‘자유’란 개념과 동전의 양면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공동체 전체의 자유의 총량이 고정되어있다면 많이 가진 사람들이 적게 가진 사람들을 안타깝게(딱하고 가엾게) 여겨(=仁, 곧 惻隱之心이 발동하여) 자신의 몫(자유)을 기꺼이 양보할 때(=禮, 곧 辭讓之心을 실현할 때) 적게 가진 사람들의 몫(자유)이 커진다.

우리나라가 좀 더 활기 있고 가슴이 탁 트이고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게 많이 가진 분들이, 자신들이 부당하게 독점한 기회를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대입 수시모집 대폭 축소, 사법시험 및 로스쿨 인가 대학의 폐지된 법대 부활, 노조 통한 고용세습 금지 등 시급한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산업화시대에 낮은 임금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우리 경제의 기반을 닦았던 분들이나 민주화시대에 자기희생으로 이류·삼류인생을 감수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일류사회가 되기를 염원했던 분들이 산업화·민주화의 종착역이 좋은 건 자기들끼리만 나눠가지는 족벌화한 신분사회가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이 땅에 살다간 거룩한 영혼(넋)들이 내 인생 물러내라고 저승에서 달려오기 전에 하루 빨리 잘못된 법은 바르게 고쳐야한다.

조선 왕조에 이어 혹독한 일제 식민지 지배를 겪고도 모자라 사실상 왕조나 다름없는 3대 세습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 늘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 고달프고 숨 막히는 삶을 살아온 2,500만 북한 동포들이 바라는 통일된 조국의 모습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못지않게 타고난 출신성분(신분)에 따라 계급이 나눠진 대한민국은 아니지 않을까?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가 약 1억 5천만 Km인데, 한 사람의 몸속에 있는 염색사(染色絲, chromatin thread, 진핵세포 유전물질의 일종인 디옥시리보핵산(DNA, deoxyribonucleic acid)과 히스톤 단백질이 꼬여 실처럼 풀어진 것. 염색사가 수없이 많이 꼬여 응축된 염색체는 아세트산카민과 같은 염색약에 염색이 잘 되어 세포분열 시 잘 관찰됨.)를 한 줄로 이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육백 번을 갔다 올 수 있다고 한다.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에는 약 1,000억 개의 별이 태양처럼 빛나고 있고, 온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계가 약 1,000억 개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은 몸속에 온 우주에 빛나는 별(10의 22승 개)보다 훨씬 많은 원자(原子)(10의 28승 개)를 품고 있다고 한다.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온 우주를 품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대단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귀한 사람으로 태어나 누구나 누릴 수 있었던 걸 법을 만들어 일부 사람들만 누리게 한다면 그 법은 하루 빨리 고쳐야 마땅하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지는 법조인력양성제도와 관련한 어떠한 의견에도 열려 있음을 밝힙니다.>
 

   
 

장형식 desk@lec.co.kr

<저작권자 © 법률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기사 댓글 10
전체보기
  • 고형 2019-04-13 23:36:29

    잘읽었습니다 사시기회가 와서 합격할겁니다신고 | 삭제

    • ㅇㅇ 2019-04-12 01:55:59

      말이 너무 많네요. 그냥 폐지하면 됩니다.신고 | 삭제

      • ㅇㅇ 2019-04-11 09:00:28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 글이네요. 로스쿨은 축소시킬 필요가 없고 완전 폐지해야 합니다.신고 | 삭제

        • 로스쿨의 본질 2019-04-11 02:05:39

          누가 뭐래도 가장 핵심적인 본질은

          변호사로의 진입시 “열린 경쟁”에서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인적 자의가 개입되는 닫힌 경쟁” 으로의
          구조변화 아닌가?

          여기 들어오는 모든 로스쿨 관계자는 답해보길 바란다!신고 | 삭제

          • K 2019-04-11 01:47:14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글이다. 그간 로스쿨 관계자,언론 등의
            온갖 왜곡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현실의 민낯을 정확히 보고 표현해낼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장문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좀비같은
            우리나라 로스쿨교수 등에 비해 이분은 정말로 공동체를 위하는 혜안을 가진 지성인 중의 지성인이라 평가하고 싶다. 사이비가 판치는 세상에서 희망의
            빛을 보게 되었다라는 느낌... 참다운 “말”을 세상을 향하여 내뱉을수 있는 용기까지! 로스쿨 교수들이 이 글을 꼭 보았으면 한다. 그들도 한켠의 지성을
            가진 자들이라면 부끄러움을..신고 | 삭제

            1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전체보기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26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