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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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득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4.18 18: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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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16일 제1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지난해보다 20명이 늘어난 1745명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험의 응시자는 3290명. 1545명은 고배를 마셔야 했고 그중 적지 않은 인원이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당했을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환희와 기쁨의 날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꿈을 잃은 애통한 날로 기억에 남게 됐다.

지난해부터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전에 대략적인 합격자 규모가 공개되면서 없어진 연례행사가 있다. 그전에는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이 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증원하라, 감축하라 주장하는 로스쿨생들과 변호사들의 집회가 법무부 과천 청사 앞에서 개최되곤 했다.

학생들은 로스쿨 도입 당시의 취지대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해야 로스쿨이 고시학원이 아닌 진정한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변호사는 더 이상 개천의 용이 아니다, 법조계의 밥그릇 지키기에 사법개혁의 취지가 몰각된다고 주장하며 증원을 요구했다.

변호사들은 변호사 대량 배출은 변호사의 생계를 위협하고 로스쿨의 배만 불린다, 법률시장의 포화로 인한 지나친 경쟁은 법률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변호사 배출 규모를 감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리 합격자 수 규모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대규모 집단행동은 보이지 않게 됐지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전후로 치열한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이나 법학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토론회, 학술대회, 심포지엄 등이 개최되곤 한다. 당연히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다뤄진다.

각종 성명이나 논평 등도 나오고 때로는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당일 한국법조인협회의 김기원 회장이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김 회장은 법조 전문자격사의 양성을 로스쿨로 일원화하고 법원·검찰 공무원 등 법률 관련 공무원의 양성 역시 로스쿨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다음날 비슷한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변호사 과잉공급으로 인해 법률시장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무사, 노무사, 행정사 등 법조 직역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요점은 ‘변호사 배출 규모’ 즉, 숫자의 문제다. 기자에게는 변호사 배출 규모를 줄일 수 없다면 변호사 업무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는 전문자격사를 줄이거나 없애서 상쇄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거다. 만약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면, 정말 변호사에 의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전 국민이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방안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현재 로스쿨의 운영 방식과 입학정원, 선발시험 방식의 변호사시험을 유지하면서 전문자격사나 법률 분야 공무원을 모두 로스쿨에서만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변호사 일원화를 주장하는 근거로 종종 제시되는 여러 공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로스쿨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법률 분야 공무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할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의 헌법적 권리 역시 침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변호사 일원화, 로스쿨 일원화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예비시험과 같이 로스쿨에 진학하는 데 사실상 큰 장애 요소가 되는 비용, 시간, 나이, 학벌, 각종 스펙 등을 갖출 수 없는 사람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

로스쿨이라는 제도로 예비시험과 경쟁할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로스쿨의 인가주의와 총입학정원제를 폐지해 적정한 수준의 인적·물적 설비를 갖춘 학교에는 로스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한다.

로스쿨도 변호사도 오탈제와 같은 비인권적인 제도로 숫자를 통제하거나 경쟁자를 제거하고 신규 진입을 막는 방식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로 경쟁해 선택받아야 한다. 이미 로스쿨에 들어갔다고, 변호사가 됐다고 해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기득권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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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24-04-18 20:45:43
누구나 로스쿨 가서 교육 받을 수 있지 않나요?

밥그릇 2024-04-18 20:24:04
예비시험도입
오탈폐지
누구든지 얼마가 걸리든지 변호사가 될수있는 길을 열어놓아야합니다
밥그릇 논하기전에 공정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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