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살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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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살인의 기억
  • 법률저널
  • 승인 2010.10.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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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인

아무런 전과가 없는 30세의 직장인이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우연히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고 이후 살인죄로 재판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기소된 범죄사실
 
검사의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다른 목격자도 없기에 사실상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자백하면서 진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9.12.16. 03:10경 어느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중 이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여, 45세)를 만나게 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피해자와 함께 피해자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03:30경 피해자의 집 안방에서 피해자와 계속 대화를 하던 중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였으나 별다른 저항이 없자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지기 위하여 피해자를 방바닥에 눕히고 피해자의 가슴 등을 애무하였음에도 발기가 되지 않자 애무를 멈추고 방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기를 손으로 찌르면서 “고자냐, 병신이냐.”라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다시 한번 피해자와 성관계를 시도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다시 방바닥에 눕히고 피해자의 상의를 가슴 위까지 올리고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다음 피해자의 가슴 등을 애무하였으나 계속해서 발기가 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면서 “발기가 되지 않는데 뭐하는 것이냐.”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였는데 그 순간 피해자가 피고인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놓아주지 아니하자 성적 수치심 등으로 인하여 순간적으로 격분한 나머지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양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등을 수회 때리고, 양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손졸림에 의한 목눌림 질식을 원인으로 사망하도록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재판 때의 피고인 입장

피고인은 기소된 후에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고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을 번복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였다.


피고인의 주장은 피고인이 사건 당일 피해자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 피해자를 따라 피해자의 집으로 가 성관계를 시도하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입술을 깨물고 놓아주지 않자 피해자를 뿌리치고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사실이 있을 뿐이고 당시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경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2009.12.22. 경찰에서 제1회 조사를 받을 때 경찰관으로부터 ‘범행현장인 피해자의 주거지 옆집에 설치된 CCTV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간 것이 촬영되었고, 이후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될 때까지 피해자의 집에 출입한 다른 사람이 없다. 어차피 유죄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데 자백을 해야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을 강요당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피고인은 경찰 제1회 조사를 받을 때에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하였지만 2009.12.23. 제2회 조사 당시 다수의 경찰관으로부터 재차 앞서와 같은 말을 듣고 실제로 CCTV 촬영화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은 나머지 ‘입술을 물렸을 때 목에 손이 간 것 같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하였으며, 이후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도 경찰관이 이야기한 CCTV 촬영화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고, 경찰관으로부터 ‘검찰에서도 동일하게 진술해야만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경찰에서와 동일하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피고인이 검찰 수사단계에서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기망당한 상태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므로 검찰 수사단계에서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경찰의 기망에 의한 허위자백이므로 증명력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덧붙여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피해자의 집으로 간 2009.12. 16. 03:00경부터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다음날 12:25경까지 사이에 피해자가 언제 사망하였는지 특정되지 않는 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2009.12.16. 04:00∼05:00경부터 피해자의 사체 발견 당시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하여 피해자가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방문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단정할 수가 없으며, 설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입술을 깨물고 있는 피해자를 떼어내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이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폭행치사의 죄책만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피고인의 검거 경위와 법정에서의 경찰관들 증언
 
수사기록 중의 각 수사보고서와 유전자 등 감식의뢰서 등에 의하면 이 사건에 대한 초동수사는 피해자의 사체 옆에 떨어져 있던 안경을 중요한 단서로 보고 사체 발견 당일인 2009.12.17. 안경을 포함한 범행 현장의 수거물에 관하여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고 그 다음날 안경에 대한 제조회사, 시력 정도 등 제원을 확인한 다음 그 무렵부터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283개 안경점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제원과 일치하는 안경의 주인을 찾는 수사에 매진하여 같은 달 22. OOO 안경원에서 사건 현장에 떨어져 있던 안경이 피고인의 안경인 것으로 확인하게 됨에 따라 경찰에서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1심 법정에는 당시 피고인을 조사하였던 경찰관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였는데 먼저 피고인에 대해 경찰 제1회 조사를 담당하였던 A 경위는 “피고인을 조사할 당시 피해자의 집 현관 및 주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피고인을 신문할 당시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경찰 제2회 조사를 담당한 B 경사도 “피고인을 조사할 당시 CCTV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피고인을 수사했다. CCTV를 언급한 자체가 없었고, 피해자의 유두에서 채취한 DNA와 사건 현장에 있던 피고인의 안경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했기 때문에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여 안경을 가지고 중점적으로 범행을 추궁했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며,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사체 발견 당시 피해자의 옆집 CCTV를 조사하였던 C 경장은 “피해자의 옆집에 설치된 CCTV 촬영화면을 확인한 결과 CCTV가 피해자의 집 출입구 쪽이 아닌 반대쪽을 향하고 있어 피해자의 집 앞 골목이 촬영되기가 희박했고, 밤 시간대 촬영된 화면은 가로등이 없는 관계로 피사체의 윤곽을 알아보기 어려워 CCTV 자체로는 피해자의 집에 누가 출입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피해자의 사체 옆에서 발견된 안경에 대한 수사에 매진하던 때라서 CCTV를 따로 발췌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이창현 변호사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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