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어려운 한자·일본식 표현 57년 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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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어려운 한자·일본식 표현 57년 만에 사라진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8.28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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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그 밖의, 제각→제거, 가주소→임시주소 
후폐(朽廢)한→낡아서 쓸모없게 된, 구거→도랑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窮迫(궁박·곤궁하고 절박한 사정을 의미), 蒙利者(몽리자·이용자), 催告(최고·촉구), 胞胎(포태·임신)

모두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되는 기본법인 민법에 포함돼 실제 판결문 등에 쓰이는 말이다.

앞으로 이같이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이 사라진다. 법무부는 민법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알기 쉽게 바꾸는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우리 민법은 1958년 제정 이후 57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제정 당시의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표현 및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직접 민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국민들이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법무부는 ‘법무부 알기 쉬운 민법 개정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민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한글화하여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꾸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위원장 서민 교수(충남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위원장), 윤철홍 교수(숭실대 교수, 전 한국민사법학회장), 김제완 교수(고려대 교수), 현소혜 교수(성균관대 교수) 등 저명 민법 교수, 판사·검사·변호사, 법제처 관계자 등 총 11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번 민법 개정안은 2년여에 걸친 심도 있는 개정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민법 전반의 체계완결성·통일성 등을 검토하고, 국립국어원의 감수를 받아 마련된 결과물이다.

개정안은 현행 민법의 표현 중 주요 용어 133개, 문장 64개를 순화하는 등 민법 전체 1118조문 중 1,057개 조문을 정비했다. 전체의 94.5%로 거의 전부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총칙편 151개, 물권편 189개, 채권편 392개, 가족편 325개다. 

이번 알기 쉬운 민법 개정의 기본방향은 △국어학적 관점 △법학적 관점 △법 실무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우선, 국민들이 알기 쉽고 이해하기 편하도록 원칙적으로 현행 민법의 법조문 전체를 한글로 표기하되, 한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다른 단어와 그 뜻이 혼동될 우려가 있는 단어가 있는 경우 괄호로 한자를 병기했다. 가령, 추인(追認), 소급(遡及), 부종성(不從性) 등이다. 

다음으로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 표현으로 개정했다. ‘궁박(窮迫)’을 ‘궁하고 절박한 사정’으로, '제각(除却)'을 ‘제거’로, ‘기타’를 ‘그 밖의(에)’로, ‘요(要)하지 아니한다’는 ‘필요하지 않다’로 바꿨다. 

어려운 한자로 된 법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되 이 중 국민에게 잘 알려진 용어와 다른 말로 바꾸기 어려운 용어는 그대로 사용했다. ‘구거(溝渠)’는 ‘도랑’으로, ‘몽리자(蒙利者)’는 ‘이용자’로, ‘최고(催告)’는 ‘촉구’로, ‘후폐(朽廢)한’은 ‘낡아서 쓸모없게 된’으로 바꿨다. 

남성 중심적 표현으로 지적받았던 ‘친생자’와 ‘양자’는 ‘친생자녀’와 ‘양자녀’로 바꿨고, ‘권리의무에 변경을 가져오지 아니한다’처럼 어색한 표현도 ‘권리와 의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로 읽기 쉽게 고쳤다. 또한 복잡한 구조의 법문을 이해하기 쉽게 ‘항’이나 ‘호’로 나눴다.  

다만, 개정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선의와 악의’, ‘하자’, ‘공작물’, ‘유류분’, ‘참칭상속인’ 등 학계와 실무계에서 이미 확립되었거나 대체가 어려운 법률용어는 개정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개정은 사법(私法) 체계의 근간이자 국민생활의 기본법인 민법을 수요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춤으로써 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및 신뢰를 높여 ‘국민과 함께하는 법문화’를 확립하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률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법이 아닌 국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듦으로써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믿음의 법치’를 실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과 국민생활의 소통의 기회가 증가하고 국어학적 측면에서도 모범이 됨으로써 민법이 명실상부한 ‘국민생활의 기본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고, 기본법인 민법의 개정은 다른 법령의 정비기준을 제시하게 되어 ‘우리나라 전체 법체계의 선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광복 7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사법(私法)의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민법에 남아있는 일본식 표현을 걷어내고, 광복 이후 우리 법의 독자적 발전성과를 확인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법령을 개정함으로써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믿음의 법치’가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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