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51)-상관명예훼손죄와 위법성조각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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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51)-상관명예훼손죄와 위법성조각사유
  • 신종범
  • 승인 2024.04.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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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우리 군형법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순정상관)과 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준상관)를 ‘상관’으로 정의한 후 이러한 상관에 대한 살인, 상해, 폭행, 모욕, 명예훼손 등의 행위를 대(對) 상관범죄로 규정하면서 그 형량을 형법 보다 2배 이상으로 매우 무겁게 하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대 상관범죄를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위계질서를 지키고 군 기강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군형법상 대 상관범죄를 적용함에 있어 몇 가지 문제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먼저, 병사들 사이에서 발생한 행위도 대 상관범죄로 의율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실제 모 상병이 분대장인 다른 상병을 모욕한 사건에서, 군사법원은 “분대장은 다른 분대원들과 상시적인 명령·복종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군형법상 상관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병영 생활에서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로 분대장은 상관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명령복종 관계’는 법령에 의거해 설정된 상하 지휘계통 관계를 말한다. 명령권을 가지면 상관이고, 이때 계급이나 서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원심이 상관모욕죄의 상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민간인인 대통령이 대 상관범죄의 상관에 해당하는지도 문제되었는데, 현역 군인이 트위터에 대통령을 욕하는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 외에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 역시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 상관모욕죄의 입법 취지,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및 국군조직법 등의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하면, 상관모욕죄에서의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보았다.

군형법상 대 상관범죄를 적용함에 있어 가장 문제되는 것은 훈련이나 작전 수행 등의 직무수행과는 무관한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하여도 적용되느냐는 것이다. 실제 연인 관계에 있던 여성 중위와 사귀는 과정에서 상해, 폭행, 협박, 모욕을 하였다는 혐의로 각 상관상해, 상관폭행, 상관협박 및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모 상병은 피해 중위와 결혼하고 피해 중위가 선처를 호소하였음에도 군사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가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군형법이 규정한 상관에 대한 폭행, 협박, 상해, 모욕죄는 모두 상관의 신체, 명예 등의 개인적 법익뿐만 아니라 군 조직의 위계질서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여기서의 ‘상관’에는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도 포함되고, 상관이 반드시 직무수행 중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형법이 상관의 개념을 폭넓게 정의하면서 대 상관범죄의 성립에 직무수행 관련성 등을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법원은 군 조직의 위계질서 보호를 이유로 대 상관범죄의 적용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는 경향인데, 최근 대법원이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피고인이 ‘국방부유해발굴단 감식단장이 유해의 국적에 대해 다른 국적 가능성을 묵살하였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 댓글에 ‘위 기사의 제보자(피해자)는 현재 성희롱 등으로 검찰조사 받고 있다’는 댓글을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상관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군형법은 제64조 제3항(사실적시 상관명예훼손)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대해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보다 형을 높여 처벌하도록 하면서 이에 대해 형법 제310조와 같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으나,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형법 제310조는 군형법 제64조 제3항의 행위에 대해 유추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군형법 제64조 제3항의 상관명예훼손죄는 행위의 상대방이 ‘상관’이라는 점에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와 구별되는 것일 뿐 구성요건적 행위인 명예훼손을 형법상의 개념과 다르게 해석할 이유가 없어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불법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문제되는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때에 상관명예훼손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군의 통수체계와 위계질서에 대한 침해 위험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위법성조각사유의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군인이 사적 영역에서 표현한 내용에 대하여 그 대상이 상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관모욕죄, 상관명예훼손죄 등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어 왔고, 더욱이 가해 상관에 대한 신고 등을 한 사람에 대한 보복수단으로까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던 상황에서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에 대하여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의 판단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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