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27개월간 로스쿨 다닌 경찰, 감봉취소소 패소
대구지법 “육아휴직은 시혜적...악용 시 엄정 제재 필요”
“특히 경찰은 일반직보다 높은 준법정신·도덕성 요구돼”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육아휴직계를 내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몰래 다닌 경우, 제도를 악용한 편법에 해당해 ‘감봉 1개월’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지난 5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한재봉)는 세 번의 육아휴직을 통해 2년 3개월간 지방의 모 로스쿨에 다니다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경찰공무원 A씨(경감)가 낸 감봉처분취소청구를 기각했다.
2015년 3월 2일 로스쿨에 입학한 A씨는 2015년 3월 5일부터 2016년 3월 4일까지 첫째 아들의 양육을 이유로, 2016년 3월 5일부터 2017년 3월 4일까지, 2017년 3월 5일부터 동년 6월 14일까지 둘째 아들 양육 이유로 육아휴직을 냈고 휴직원과 복무상황신고서에 로스쿨 재학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채 이 기간 동안 총 30과목, 85학점을 취득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지방경찰청이 A씨에게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 등에 위반한다며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자 A씨는 불복,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해 ‘감봉 1개월’로 감경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배우자 대신 사실상 양육을 전담했고 여가시간을 활용해 로스쿨에 다녔을 뿐이며 또 애초에 로스쿨에 재학하기 위한 육아휴직도 아니었다”며 “재학 사실만으로 법령위반을 들어 감봉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징계처분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세심한 주의와 보살핌이 필요한 영유아인 자녀 2명의 육아활동에 전념하면서 로스쿨에서 85학점을 이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결국 육아보다는 로스쿨 과정을 수학하는 데에 대부분의 일과시간을 사용한 것으로 당초부터 로스쿨에 재학할 목적으로 육아휴직을 계획하고 신청한 것”이라면서 위법한 목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로스쿨에 재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공무원법규상 6개의 휴직제도, 즉 고용, 유학, 연수, 육아, 가사, 해외동반, 자기개발을 위한 휴직을 신청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공무원의 육아휴직(3년)은 일반근로자(1년)보다 훨씬 더 길게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학, 연수, 자기개발 휴직 등과는 엄밀하게 구분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따라서 육아휴직을 목적대로 사용했는지 여부는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한”며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행위는 국가공부원법 및 이에 따른 명령과 직무상의 복종의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고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나아가 “감봉 1개월 처분이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의 재량권 남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현직 경찰들의 로스쿨 재학 의혹이 불거지자 감사원이 2015년경 감사를 실시한 결과, 휴직기간 중 로스쿨에 재학한 경찰공무원 32명인 것으로 드러났고 이 중 휴직신분의 2명은 견책, 18명은 불문경고, 6명은 직권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자 2017년 상반기에 감사원의 재점검이 있었고 이에 따라 경찰청은 로스쿨에 재학한 경찰공무원 8명에게 모두 감봉처분의 징계처분을 한 것으로 이날 판결문에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