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예멘인 난민신청자 급증 문제로 인하여 관련 언론보도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 사회적 논란으로 난민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 14일까지 제주 무사증제도로 입국한 예멘인은 총 561명이다. 그 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하였고 남성은 504명, 여성은 45명이다. 17세 미만자는 26명이며 18세 이상자는 523명이다. 법무부는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예멘 국가 국민을 6월 1일 부로 부득이하게 제주 무사증입국허가를 중단했다. 향후에는 예멘인의 경우 재외공관에서 사증을 취득하여야 제주도에 입국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을 찾아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한국은 1991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난민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올 들어 5월말 현재 773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37명에 비해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는 1만8000명, 3년 내 누적 신청자는 12만 명이 넘을 것으로 법무부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난민을 수용하는 비율은 초라하다. 2018년 5월말 현재 누적 난민신청자 4만470명 중 2만361명에 대한 심사를 완료했다. 이 중 그 중 839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으며 난민인정률은 4.1%에 불과하다. 인도적 체류허가자(1540명)를 포함하더라도 난민보호율은 고작 11.7%다.
이번 예민인 난민신청자들도 법무부 심의 단계에서 대부분 기각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 것은 난민을 억제하려는 정책 탓이 크다. 법무부 심사에서 난민 인정된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난민신청자가 법무부의 기각에 소송으로 가기는 더더욱 어렵다. 소송수행자는 취업도 할 수 없고 제한적 의료 지원 외에 생계, 교육, 보육, 주거 등의 지원도 일체 받지 못한다. 난민신청자가 취업도 할 수 없는 마당에 몇 년씩 걸리는 소송을 견뎌낼 재간이 없다.
설령 난민신청자가 소송으로 1심에서 승소하더라도 법무부는 상소를 하며 최종심까지 끌어간다. 1, 2심에서 패소하더라도 대법원까지 상고하면서 막대한 인력과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새 난민신청자는 정신적·경제적으로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최근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 A씨는 난민 인정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법무부는 곧바로 항소했다. A씨는 지난 14일 항소심에서도 다시 승소했지만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법무부가 또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또 다시 국가를 상대로 긴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칠때로 지친 A씨는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패소가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여전히 난민 인정을 막겠다며 상소를 남용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국가나 행정청의 기계적 상소 관행으로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국가 인력과 재정이 낭비되고 나아가 신속한 피해 구제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상소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책임 회피를 위한 관행적 상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역시 정부가 패소한 판결에 항소를 남발하는 일을 자제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부무는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가 난민 인정 1심 판결에 따르지 않고 아무 힘없는 난민신청자를 대상으로 상소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내세웠던 방침과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가공권력의 남용이다. 법무부가 절박한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권보호는 못할망정 비용이 들더라도 끝까지 가보자는 관행적인 상소를 남발하는 것은 ‘양을 탈을 쓴 악덕 정부’나 다름없다. 법무부는 원고의 고통을 더 이상 가중시키지 않도록 난민 인정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여 정당성 없고 불필요한 상소를 자제하는 게 옳다. 나아가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절차에 따라 조속히 난민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격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