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장창국 판사의 가사재판 이야기- 부모가 아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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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장창국 판사의 가사재판 이야기- 부모가 아이를 만든다.
  • 장창국
  • 승인 2018.06.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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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국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필자가 소년보호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부모들만 모아 고지하는 내용이 있다.

① 부모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원만할 때 자녀는 비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② 자녀가 부모로부터 칭찬받을 때 자녀는 비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③ 자녀를 매로 다스리지 않을 때 자녀는 비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④ 자녀가 친구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길 때 비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⑤ 부모 자신이 준법의식이 없으면 자녀는 비행을 저지르기 쉽습니다.

그렇다. 자녀의 성격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전적 기질보다는 부모가 만들어주는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 소년법은 소년 비행을 소년 개인의 문제로 보고 소년 개인에 대한 교정 교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부모가 변하지 않는 한 절대 자녀가 변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소년보호 재판에서 전문가에게 보호 위탁되어 품행이 개선된 아이도 부모에게 돌아가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특히 아동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이 되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잘못된 양육 방식으로 자녀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소년 비행도 대물림된다. 부모 자신이 청소년 시절 비행을 일삼고 부모의 속을 썩이며 맞고 자라다가 자신이 이제 부모가 되면, 자녀가 자신의 뜻에 반할 때 매질을 한다. 어릴 때는 그 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맞지만, 머리가 굵어진 청소년기에 이르면 이제는 부모에게 대든다. 그리고 자신이 어른이 된 것처럼 밖에서 술을 마시고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한다. 그러다 돈이 부족하면 또 다른 비행을 저지른다. 그런 자녀를 보고 부모는 “너는 나 같은 인생 살지 말라”며 또 매를 든다. 말을 듣지 않아 매를 들었는데, 이제는 때려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그 부모는 아동학대로, 소년은 비행으로 일가족이 법원에 오기도 한다.

이렇게 폭력적인 수단까지 동원하여 자녀를 가학적으로 양육하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소년보호 재판에서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양육 유형은 지나치게 허용적으로 양육하는 경우다. 지나치게 허용적으로 양육하는 가족은 대부분 한부모 가정이거나 조손가정이다. 부모가 이혼하려 할 때 자녀들은 굉장히 힘들어 한다. 심지어 “매일 눈물이 난다. 죽고 싶다”는 말도 한다. 자녀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함에도 이혼을 강행한 부모는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에, 또는 자녀의 분노 표현에 통제력을 상실한다. 조손 가정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가 양육하면서 손자녀를 귀하게 키운다. 그 아이는 자기중심적으로 자라게 되고 규범의식도 희미해진다. 자신의 비행에 대하여 심각성도 깨닫지 못한다. 초등학생의 어린 아동들은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으면 근처의 아무 자전거나 꺼내서 같이 타고 놀다가 버리고 가기도 한다. 아직은 규범의식이 발달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녀의 행동에 어떤 부모는 서로 상대방이나 자녀 탓만 하여 가족 위기가 오기도 한다.

비행 소년도 말로 교정될 친구들이 있는가하면 반사회적 성격 소유자도 있다. 그래서 법원은 두 부류의 소년을 달리 대우한다. 말로 교정될 친구라면 한 번의 비행은 실수이니 용서하기도 하고, 부모와 소년을 청소년 가족 상담 전문가에게 보호 위탁하여 상담을 받도록 하기도 한다. 상담은 가족 상담 형태로 진행되는데, 전문가는 가장 먼저 부모 자신이 어떤 양육 환경에서 성장했는지부터 파악하여 자신이 채우고자 했던 욕구, 결핍 등이 지금 자녀 양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즉 양육 환경 개선을 통하여 부모에게 자녀를 다시 보호 위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범부터는 신중하게 접근한다. 여러 차례 비행이 반복될 경우에는 소년분류심사원에 조사를 의뢰하고, 반사회적 성격 소유자로서 격리가 필요하다고 할 경우에는 소년원에 보호 위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하기도 하고, 보호관찰 처분을 하면서 밤에 돌아다니며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는 것이 이번 비행의 원인이라면 야간외출제한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이 보호관찰 처분마저 어긴다. 물론 그 친구들도 여러 변명을 한다. 하지만 보호관찰 처분을 어겼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일단 소년분류심사원에 임시 구금하고 왜 어겼는지에 대한 조사를 거친 후 소년원에 위탁을 하기도 한다.

필자는 비행을 자주 저지르던 소년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형사 범죄를 저지르는 현상을 보면서 법원의 초기 대응이 정말 중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아무런 양육 환경 개선 조치도 없이 처음이라고 소년을 불처벌하거나 보호자인 부모에게 되돌려 보내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자녀 문제로 경찰의 연락을 받은 부모는 얼마나 당황하였겠는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어도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부모에게 법원이 전문가의 만남을 주선해 주고, 양육 환경 개선을 통하여 재범의 가능성을 줄인다면 결국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이고 부모와 자녀 또한 건강한 가족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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