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알쏭달쏭 청탁금지법 해설 (6) -부정청탁의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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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알쏭달쏭 청탁금지법 해설 (6) -부정청탁의 금지
  • 정형근
  • 승인 2018.12.0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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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교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1. 왜 「청탁금지법」인가?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청탁을 들어주면 감사의 표시로 금품이 오갈 것이다. 부정청탁은 금품수수까지 이어지는 부패의 고리가 된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금지하려고 이 법을 제정했다. 이 법 제정 전부터 다른 법률에서는 청탁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법률도 있고(변호사법 제111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도 한다(형법 제130조). 「공무원행동강령」에서는 정치인으로부터 청탁을 받을 때는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자신의 인사청탁도 금지하고 있다.

청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청하여 부탁함”이다. 그러니 이 단어에 불법이나 위법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청탁은 단순한 부탁에 해당되므로 허용되는 것이고, 부정한 청탁은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서 금지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법령에서 사용하는 ‘청탁’이라는 용어는 전부 불법하거나 위법한 의미로 사용된다. 법에 위반된 경우에 이르지 않더라도 공직자가 청탁을 받고 한 행위는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되어 징계사유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간단하게 줄여서 「청탁금지법」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만 금지되므로 「부정청탁금지법」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있다. 생각건대, 법령에서는 청탁과 부정청탁을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이 법의 원래 이름도 ‘부정청탁···금지에 관한 법률’이고, 법조문 역시 ‘부정청탁의 금지’(제5조)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청탁금지법」이라고 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2. 부정청탁이란 무엇인가?

청탁금지법은 어떤 행위가 부정청탁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 대신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구체적인 행위로 15개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법을 만든 모태가 되었던 정부(권익위)가 국회에 제출하였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에서는 부정청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었다. 즉, 부정청탁이란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청탁 또는 알선 행위를 의미한다. 권익위가 이렇게 정의한 것은 「부패방지권익위법」이나 「공무원행동강령」 등에서 금지하고 있던 부정청탁의 개념을 참고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이 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하게 하는 행위”가 부정청탁이라고 해 놓으면, 법을 모르는 국민들은 어떤 것이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공직자에게 뭔가를 요청하면 부정청탁이 될까 봐 공직자에게 말도 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청탁금지법이 기존의 법과 다른 상당히 혁명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기에 법안을 심의하던 국회의원들도 상당히 예민했다. 그래서 권익위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부정청탁을 하면 안 되는 행위의 종류를 보다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수정한 후 지금처럼 부정청탁의 유형 15개 사항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청탁금지법상의 ‘부정청탁의 금지’(제5조)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행위의 종류를 살펴보면, 공공기관 중 특히 행정기관이 행하는 거의 모든 행정행위를 늘어놓고 있는 것 같다. 행정부처에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를 열거해 두고 있으니까 부정청탁이 무엇인지 금방 알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5개 사항의 핵심적인 부분을 추려보면, 결국 “부정청탁이란 공직자등으로 하여금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요청하거나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권한을 벗어나 행사하거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한 사항을 행사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권익위가 당초 국회에 제출할 때 정의규정으로 제시하였던 부정청탁의 개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중에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추가한 15개 사항 때문에 해석상의 어려움만 야기한 결과가 되었다.

3. 왜 부정청탁을 금지하는가?

누구나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부탁을 하려면 공직자와 사전에 안면도 트고 지낸 친분관계가 있어야 한다. 특히 법이 허용하지 않은 행위를 시도하려면, 불법을 향한 공감이 청탁자와 공직사 사이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 법을 위반함으로써 생기게 될 이익 앞에 준법의식은 마비되고, 불법을 저지르데 주저함이 없는 담대함을 갖게 된다.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세상에 비밀이 있을 수 없다는 이치에 눈을 멀게 한다. 이처럼 불법도 감내할 만한 동지의식은 학연, 지연, 혈연에서 비롯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학 시절 은사님은 정부기관의 차관을 역임하시고 교수가 된 후로는 장관과 대학총장을 거쳤는데, 고향 지인이 갑자기 찾아와 이력서를 건네주면서 취업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 여 지난 후에 어찌되었냐고 전화를 하는데, 공직자가 취업청탁에 나서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해주면, 그 상대방은 매우 아쉬워하고 서운해 한다고 했다. 높은 자리에 앉아 힘 있을 때, 인심 얻어야 한다고 불평했을 것이다.

오늘날은 이런 혈연이나 지연 보다 같은 직장에서 동료로 엮여진 인연(직연)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고등법원장으로 퇴직한 변호사님은 나에게 “판사로 일하면서 박봉으로 고생했는데, 변호사 개업한 동료를 배려해 주는 것이 뭐가 나쁘냐?”면서 전관예우는 아름다운 미풍양속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구속적부심사를 받는 피의자를 선임하고서 법정에 나가지 않았음에도 석방 결정이 났다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변호인선임계만 제출해도 알아서 봐주는 분위기였기에 굳이 청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작년 이 무렵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한 바 있는데, 그때 권익위 김영란 전 위원장은 법을 만든 계기에 대하여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닫힌 공동체 내에서 사적인 신뢰를 형성해 왔던 농경사회의 문화와 관습을 탈피하여 사적인 관계에 근거를 두지 않고 공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고, 다원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관습을 형성해 나갈 필요성” 등이라고 한 것을 들었다. 공직자들이 사적인 신뢰를 기초로 움직이지 않고 다원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습과 풍토를 조성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친분 있는 자의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어 공직자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국가는 공직자가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런 책무 중의 하나로 청탁금지법을 제정하여 각종 인연을 중시하는 사회 안에서 부정청탁이 통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공직자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직무수행을 함에 있어서 공평하게 처신하고 직무와 관련된 자를 우대해서도 안 된다. 직무관련자와의 관계가 어찌되었든, 누구든 인간을 차별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공직자는 자신과 어떤 인연이 있든 없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함을 다시금 강조한다.

이런 당연한 도리를 법으로 금지한 이유는 공직자들이 퇴직한 옛 동료들을 우대하고 특혜를 베풀어 왔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퇴직 공직자와의 사적인 인연을 고려하여 직무수행을 하면서 우대해 주는 행위를 전관예우라고 부른다. 전관예우 하면 법조계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이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뿐만 아니라 행정부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퇴직 공직자의 전문성과 경륜을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현직 공직자에 대한 영향력 행사로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가 크다.

어느 (장관) 공직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퇴직 후 단시간 내에 올린 천문학적인 수입을 해명하면서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고 알려 주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의한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 공직자가 부탁을 받고 법령이 허용하지 않은 인·허가를 해준다거나,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하거나, 대학입시를 위하여 성적을 조작해 주는 행위 등 각 분야마다 그 종류는 셀 수도 없다. 공직자가 특정인에 대하여 베푸는 특혜는 한편으로는 그런 공직자와 인연이 없는 일반인들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 친한 자는 봐주면서 낯선 이에게는 법대로 하는 것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아니다.

4. 부정청탁의 대상자는 누구인가?

부정청탁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행하여진다. 여기서 ‘직무’란 공직자와 공적 업무 종사자(사립학교 교원, 민간언론사 직원 등)의 업무를 말한다. 공직자등은 신분에 따라 공무원도 있고 민간영역 종사자도 있기에 ‘직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직무는 법에서 15개 부정청탁 사유로 한정하고 있는 직무를 말한다. 그리고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은 문제된 직무를 직접 처리하는 담당 공직자가 해당됨은 물론 그 공직자의 감독자로서 결재선상에 있는 과장, 국장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한다. 내부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전결권을 위임한 경우 결재선상에 있지 않지만 지휘감독권이 있는 소속기관장도 포함된다. 고위직 공직자에게 청탁을 해야 효과가 크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직무를 직접 수행하는 공직자의 소속기관장이 청탁대상 공직자로 지목되기 쉽다. 그리고 공무수행사인 역시 ‘공무 수행’을 할 때는 부정청탁의 대상 공직자가 된다. 학교법인의 임직원 역시 공무수행사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수행하는 업무는 엄격하게는 공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공무수탁사인’의 범주에 포함시키다 보니 ‘공무 수행’이라고 표현한다. 아무튼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에게 교원 채용과 관련한 부정청탁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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