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세월호 인양과 김선태 시인의 “햇살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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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세월호 인양과 김선태 시인의 “햇살 택배”
  • 오시영
  • 승인 2017.03.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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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진실은 진실이다. 그런데 진실은 또 진실이 아닐 때도 있다. 진실은 진실인 듯하지만,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 중에는 진실이 아닌 경우가 상당하다. 왜 그럴까? 진실은 규명되어야 할 순간 신의 외면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신은 심술궂어서 인간에게 언제나 진실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거짓을 진실이라 보여줄 때도 있고, 진실을 거짓이라고 보여줄 때도 있다. 인간의 지혜를 실험하려는 것이다. 이때 지혜로운 인간은 진실을 진실로, 거짓을 거짓으로 제대로 보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된다. 결국 하나뿐인 진실을 진실로 보느냐, 아니면 거짓으로 보느냐는 것은 그 진실을 바라보는 인간이 어리석은지 아니면 지혜로운지에 의해 결정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신은 언제나 진실만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자신의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에 대한 분별력 부족을 탓해야 함에도 신의 부재 속에 진실과 거짓의 혼재를 혼란스러워한다.

지난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여 21시간 동안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수사를 받았다. 22일 아침 7시에 자신의 삼성동 집으로 귀가하였다. 수사 받는데 14시간, 수사기록을 검토하는데 7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주 꼼꼼하게 조서내용을 읽어보았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검이 아닌 지검에서 수사를 받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그녀의 변호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아리송한 한 마디를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사검사의 질문에 대해 첫째, 그런 사실이 없다, 둘째, 그런 사실이 있지만 그런 취지가 아니다, 셋째, 나는 모르는 일이고, 부하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집행한 일일 뿐이다, 넷째, 나는 사리사욕이 없고, 내가 직접 단 한 푼의 돈이나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라는 취지 중 어느 하나 또는 복합적으로 대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검사는 반복되는 전 박근혜 대통령의 위 네 가지 유형의 대답에 대해 반대증거(공범으로 이미 수사된 안종범, 정호성, 이재용 등의 기확보된 진술이나 문서 등의 내용 등)을 제시하며 그렇지 않지 않느냐고 추궁했을 것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또 위 네 가지 유형의 대답을 반복하여 하였을 것이다. 수사검사는 그러한 내용을 그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하였을 것이고, 그녀에 대한 수사를 일단 일단락 하였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손범규 변호사는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 위 말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였다면 법률문외한이니 그럴 수 있으려니 하고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하였다는 점에서 같은 변호사인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사검사는 피의자가 부인하면 부인하는 대로 조서를 작성한다. 물론 피의자가 자신의 범행사실을 자백하면 다른 보강증거에 의한 유죄 입증이 보다 쉬워지니까 검사로서는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검사는 다른 객관적 증거에 의해 피의자의 범행사실을 증명하게 되고, 자백하지 않은 것은 반성의 정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는 중형을 구형하게 되고, 법원의 판사도 정상참작을 통한 형량감경사유가 없기 때문에 역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게 된다.

다시 말해 피의자가 검사 앞에서 범행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의 의견을 다 밝혔다고 해서 객관적 증거에 의해 증명되는 범죄사실이 없어지거나 희석되거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률문외한이라면 자신의 진술을 그대로 꼬박꼬박 받아 적어주고, 완성된 피의자신문조서를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잘못되었으니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면 검사가 그 요구대로 수정해 줄 때,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안도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법률전문가라면 그러한 검사의 의도가 “당신은 죄가 없소.”라는 사실의 확정을 위해 그러한 수사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손범규 변호사가 한 것과 같은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녀에 대한 탄핵사건의 변호인들이 범했던 우를 손범규 변호사가 똑 같이 형사재판 과정에서 범하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 즉 손범규 변호사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까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일단 안심시키기 위해, 즉 들려줄 목적만으로 하는 “아첨성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 말을 믿게 되면,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가 파면을 당해 우왕좌왕했던 전철을 또 다시 밟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수사검사는 손범규 변호사가 한 저 말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한 마디로 잘라 버린 것이다. 현명하고 충실한 변호인이라면, 수사과정에서의 박대통령의 진술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선고 시까지의 전 과정을 길게 내다보고 수사에 조력을 하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받는 당일의 편리함만을 좇도록 하여 더 큰 우를 범하지 않았나 싶을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고 자신의 집으로 귀가한 지난 22일 밤 침몰 후 1073일 동안 진도 앞바다 개펄 속에 쳐 박혀 있던 세월호가 1미터 들어 올려졌다. 계속 들어 올려져 마침내 23일 새벽에 그 모양을 우리 앞에 드러냈다. 드러난 세월호의 녹슨 모습은 처참할 뿐이다.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바다 속 깊은 곳에 방치되어 왔던 세월호 선체가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침몰의 진실을 감추려고 온갖 패악질을 해대던 반대자들의 집요한 방해 작업이 떠오른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시간의 도움 속에 지혜로운 인간들에 의해, 아니 뜨거운 가슴을 지닌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의해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 신은 어리석고 패악한 인간에게는 거짓을 보여주지만, 착하고 정의로운 이에게는 진실을 보여준다. 목포항까지 인양된 세월호가 옮겨지기까지는 또 어려운 과정이 있겠지만, 그곳에서 다시 진실이 어느 정도는 규명되리라 믿는다.

국민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인내할 것이고, 부단하게 노력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법과 세월호 참사의 불행이 그녀의 탄핵결정과 검찰 수사가 이루어진 같은 날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세월호 참사 때 규명되지 않는 그녀의 7시간 행적이 그녀의 수사기록 검토에 허비한 7시간에 얽히고, 21일 검찰에 소환되어 21시간의 수사를 받은 뒤 22일 아침에 귀가한 그녀의 뒤를 이어 22일 저녁에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 개펄 깊은 곳에서 지축을 울리는 통곡소리와 함께 분리되어 들어 올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형사처벌하여 그동안 잘못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것이다. 대통령선거일이 5월 9일로 확정 공고되고 각 당에서 자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열풍이 대단하다. 국민의 민심은 유력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같은 당 경선 후보자들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이 변장한 자유한국당에서는 고 성한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죄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 중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당권정지 징계를 풀었다. 형사범죄를 저질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해 다시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범죄혐의자로 재판 진행 중에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당내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도무지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다. 당 이름을 바꾼다고 당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이 범죄로 인해 탄핵 당했음에도 또 다른 범죄혐의자 홍준표를 당내 후보자로 열렬하게 지지한다는 이 아이러니는 무슨 범죄단체도 아니고, 참으로 가관 중의 가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냉정하게 자유한국당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고 있는 사실을 자유한국당, 그들만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픈 코미디일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친 검찰은 장고에 들어갔다. 장고에 들어갔다는 것은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녀를 불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된다면, 검찰은 결국 정치의 시녀 노릇을 하는 집단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법적 판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옳다. 공범들이 모두 구속 기소되고, 그녀에 대한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는 특검과 서울중앙지검 담당 수사검사의 증언이 이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 71%가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렇다면 검찰로서는 그녀에 대해 구속영장을 좌고우면할 필요 없이 법적 잣대에 의해 신청하면 될 일이다. 범죄사실이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범죄사실을 부인하면서 부하직원이나 최순실에게 떠넘기고 있는 바, 당연히 구속영장 발급사유에 해당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선체가 드러났다. 지난 1072일 동안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선박이 국민의 의지와 노력 끝에 인양되는 것을 지켜보며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겼고,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애통해 했던가? 세월호 인양은 국민을 슬픔의 바다, 비통의 바다, 버림받은 것으로부터의 구원을 의미한다. 구천을 떠돌 수밖에 없었을 영혼들에 대한 진혼이다. 이제 많은 이들이 신원이 풀릴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수사가 이루어진 날 세월호가 인양된 사실을 예사로이 보지 않을 것이다. 절묘한 신의 한 수라고, 사필귀정의, 적폐청산의 첫걸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옆사람을 위로할 것이다.

김선태 시인의 “햇살 택배”라는 짧은 시 한 편을 보자. “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놓고 갔다// 햇살 택배다//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전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87권, 한국문연 간). 김선태 시인은 봄햇살이 창틈으로 스며든 것을 누군가의 선물로 보았다. 햇살 택배에 감사하며 종일토록 감사하단다. 세월호가 인양되기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어둡고 추웠던 겨울을 보냈다. 골방 창틈으로 햇살이 내리비치기를, 민주주의와 정의가, 국민의 생명권에 대한 국가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그런데 마침내 그 햇살이 전 국민에게 택배로 배달되었다.

많은 국민들은 세월호 인양에 감사할 것이다. 햇살 택배보다 훨씬 더, 우리 국민이 우리 국민을 버리지 않았다는, 우리가 우리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너의 통증이 나의 통증이고, 나의 통증이 너의 통증이었다는 유대감을, 너가 건져지듯이 나도 언젠가 건져질 것이라는 구원의 위로를, 너와 내가 함께 손을 맞잡으면 바다 아래 깊숙이 감추어진 진실을, 정의라는 보물을 건져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희망은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적폐청산과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다. 함께 손잡고 나아가면 밝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할 것이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인의 영혼들이 부디 한 줌의 뼈가 되어서일망정 귀가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가족들의 신원이 풀리고, 귀한 영혼 하나하나가 구천을 떠돌지 않고 하늘나라에 안식하기를 기도한다. 세월호 인양이 미수습 9인의 가족들에게 영혼의 햇살 택배가 되기를 간구한다.

신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진실의 문을 열어주신다. 어리석은 자를 계도하면서, 우리 모두 지혜로운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 진실의 문을 여는 지혜로운 국민이 되어 햇살 택배를 받으며 행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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