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024년 22대 총선, 유권자는 무엇을 말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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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2024년 22대 총선, 유권자는 무엇을 말했는가!
  • 신희섭
  • 승인 2024.04.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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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2024년 4월 10일. 바람에 진 벚꽃과 함께 선거가 끝났다. 유권자나 정치인들 모두 선거 결과에 대해 마음이 다를 것이다. 좋든 나쁘든 4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은 필요하다. 유권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22대 총선 결과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투표율과 관련해서 투표율이 67%로 조금 올랐다. 지난 2020년 선거(66.2%)보다 0.8%정도 오른 것이다. 다만 사전투표율은 31.28%로 2020년 총선(26.69%)보다 4.59%나 높았다. 사전투표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고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다. 국민의 힘은 모두 108석(지역 90석, 비례 18석)을 확보했다. 개헌저지선인 101석은 넘어섰지만, 향후 국정운영도 난관이 예상된다. 방송사 출구조사 예측과 달리 국민의 힘은 2020년 선거(전체 103석, 지역구 84석, 비례 19석)보다 의석이 늘었다. 민주당은 175석(지역 161석, 비례 14석)을 확보했다. 압승이긴 하지만 2020년 선거(전체 180석, 지역 163석, 비례 17석)에 비해 줄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연속으로 확보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셋째, 조국혁신당이 12석으로 약진했다. 제3지대에서는 개혁신당이 3석(지역 1석 비례 2석), 새로운 미래(지역 1석), 진보당(지역 1석)도 의석을 확보했다. 오직 비례의석만으로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이 제3지대 중에서도 눈에 띈다. 조국혁신당은 정당득표율에서 24.25%를 차지했다. 국민의미래 36.67%, 더불어민주연합 26.69%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6년 선거에서 국민의당(26.74%)보다는 2.5% 정도 낮은 것이지만, 신생정당으로 상당한 득표를 했다. 녹색정의당은 2.14%를 얻어 2004년 의회 진출 이후 처음으로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자유통일당의 2.26%보다도 낮은 지지를 받았다. 향후 비례선거제도를 개편(의석수 확대 혹은 연동형 도입)하면 한국은 다당제로 갈 여지가 높다.

앞으로 더 많은 분석이 나오겠지만, 지금까지의 사실들에 기초할 때 이번 선거의 의미는 유권자들의 정권심판론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치학 투표 이론에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이론이 있다. 합리적 유권자가 투표할 때 오직 ‘현직자’의 ‘성과’만을 보고 투표한다는 것이다. 이념이나 정체성에 영향을 덜 받는 유권자는 투표 기준으로 현직자의 업적만을 보고, 현직자가 잘하면 현직자에게 표를 한 번 더 준다. 하지만 현직자가 못하면 현직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회고적 투표 이론은 유권자의 ‘합리적 무지’를 전제한다. 유권자는 선거에서 필요 이상으로 정보를 획득하는데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누가 어떤 정책을 제시했는지를 찾아보는 수고(탐색비용)를 하지 않는다. 오직 현직자의 성과만 보는 것이다. 도전자가 누구고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검토해서 이걸 기준으로 이번 선거의 공약이 지켜질 것인지를 현직자와 도전자 모두 검토하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와 다른 것이다. 오직 현직자만 심판하고, 오직 현직자의 업적에 따른 성과만을 따져보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다른 대안을 비교할 정도로 시간을 쓰는 것 자체가 아깝다는 것이다.

한국 투표연구자들은 한국에서 회고적 투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갈린다. 하지만 대체로 대통령 선거 중간에 치러지는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기능을 가진다고 본다. 현직 대통령의 업적만을 가지고 최대한 단순화해서 평가한다고도 본다. 지역구의 현직 의원평가는 부차적이다. 의회 의원의 개인적 평가보다는 의회 전체로 견제할 것인지 차원에서 선거에 임한다는 것이다.

리얼미터의 4월 5일 자 여론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8%였다. 물론 월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40% 미만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결과를 보라!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 지지율이 36.67%다. 국민의힘이 보유한 의석수도 정확히 36%이다. 숫자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적 요인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통령 지지자를 제외한 유권자들은 야당에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유권자 30%대인 보수나 진보는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다. 따라서 회고적 투표 이론에 따르면 중도파가 대통령과 여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2020년 총선에서는 정은경 본부장과 K방역으로 중도파가 현직 대통령을 지지했다면, 2024년 총선에서는 현직 대통령에게 처벌을 내린 것이다. 유권자들의 회고적 투표로 윤 대통령은 임기 중 단점정부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록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총선이 회고적 투표의 결과라면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은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할 것이다. 이번 유권자들의 심판에서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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