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27)-변호사의 소프트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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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27)-변호사의 소프트 스킬
  • 박준연
  • 승인 2024.03.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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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업무상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역량을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로 구분하는 시각이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학습을 통해 향상할 수 있고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하드 스킬에 비해 정성적인 대인 관계와 관련된 역량을 소프트 스킬이라고 한다. 변호사 업무와 관련된 몇 가지 소프트 스킬에 대한 단상을 적어보았다.

도움이 되는 변호사

법적 조력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인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친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큰 회사의 최고 법무 담당자로 있는 예전 회사 동료가 SNS에 왜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조직 내부 구성원에 대해서도 친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올렸다. 다른 때라면 뻔한 이야기라고 그냥 넘겼을 텐데, 그 글을 쓴 동료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송팀에 뒤늦게 합류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많았고 그 동료가 늘 흔쾌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주었던 기억이 있다.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쌓는 것은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 동시에 역지사지라는 측면도 있다. 꼭 함께하는 업무에 관련된 부분이 아니더라도 나 역시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왔던 만큼, 다른 사람들, 특히 후배들이 부탁하면 나도 도움을 주고자 한다.

변호사의 공감 능력

변호사를 경멸적으로 부르는 호칭 중에 ‘법 기술자’라는 표현이 있다. 엔지니어분들께 실례가 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 일을 하다 보면 기계적이고 건조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변호사들을 볼 때가 있다. 반면 존경하는 선배는 늘 감정을 담아 업무에 임하곤 했다. 특히 불편한 미팅을 시작할 때는 자기소개와 함께 본인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안건을 담당하는지에 대해 짤막한 소회를 곁들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공감하고 공감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회복 탄력성

최근 몇 년 사이에 회복 탄력성 혹은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표현을 종종 접한다. 역경, 시련, 실패를 겪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더 큰 도약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과 비슷하지만, 미래의 도약과 발전까지 포함한다는 측면에서는 ‘중꺾마’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지 않은 분야는 없겠지만, 변호사 업무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변호사들이 다양한 안건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안건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변인 때문에 문제에 봉착할 때가 있다. 사람이라 당연히 의기소침하게 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문제에 재빨리 대응하는 동시에 그 경험으로부터 배움으로써 다음번에는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내 노력으로 막을 수 없었던 실패에 대해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으려고 한다.

비즈니스 센스

로스쿨 2학년 여름방학 때 4주가량을 월스트릿의 투자은행 법무 부문에서 보냈다. 그 투자은행은 로스쿨 졸업 후 취직한 펌의 주요 클라이언트였는데 로스쿨 학생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이었다. 그때 자주 들은 이야기가 사내 변호사들은 비즈니스 부문에 대해 단지 법적인 측면뿐 아니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도 조언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특정 비즈니스 계획이 법적인 리스크가 있다면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고 할 수 있으면 리스크가 낮은 대안까지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은 많은 경험을 쌓을 뿐 아니라, 말 그대로 ‘센스’가 있어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통감하며, 최소한 최근의 비즈니스 동향은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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